랜드로버 따라하다가…장가계 999계단 오르던 中전기차 최후 [영상]

장가계 천문산 계단을 오르던 체리자동차의 신형 SUV가 미끄러져 내려오며 난간에 부딪치는 모습.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중국 전기차 브랜드 체리자동차가 세계적 자연 관광지인 장가계에서 자동차로 계단 오르기에 도전하다 난간을 훼손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홍콩 명보 등 외신에 따르면 체리자동차는 지난 12일 중국 최고 등급인 ‘국가 5A급’ 관광지인 장가계 천문산 국가삼림공원에서 신형 하이브리드차 ‘펑윈 X3L’의 등반 이벤트를 열었다.

체리자동차는 차량의 4륜 구동 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천문동으로 향하는 ‘하늘계단’을 자동차로 올랐는데, 이 계단은 길이 약 300m에 수직 낙차 150m, 경사 20∼45도에 달하는 999개 계단이다. 2018년 영국 자동차 브랜드 랜드로버가 레인지로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세계 첫 등반에 성공한 곳으로, 체리는 신차 출시 두 달 반에 같은 방식으로 마케팅 효과를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장에서 촬영돼 중국 소셜미디어에 확산된 영상에서 펑윈 X3L은 가파른 오르막 구간을 오르던 중 갑자기 속도를 잃고 뒤로 미끄러진다. 이후 차 후미가 난간을 들이받은 뒤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까지 포착돼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논란의 중심이 됐다.

장가계 천문산 계단을 오르던 체리자동차의 신형 SUV가 미끄러져 내려오며 난간에 부딪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관심을 끌자 체리자동차는 성명을 내고 테스트 중 안전 보호용 로프가 풀리면서 오른쪽 바퀴에 감겨 주행에 문제가 발생했고, 이후 차가 미끄러져 난간에 부딪쳤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잠재 위험을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고 세부 관리가 미흡했다”며 관광지에서 이벤트를 진행해 대중의 우려를 야기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 관영매체 북경일보는 체리자동차가 성명에서 ‘사과’라는 표현을 네 차례나 반복했으나 그렇다고 훼손된 하늘계단이 복구되는 것은 아니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체리자동차의 이른바 테스트라는 것이 실제로는 마케팅 전략일 뿐”이라며 “이번 행사는 누가 심사·승인한 것인지, 합법적인지, 복구·보상으로 영향을 없앨 수 있는지 등 문제에 관해 후속 조사에서 답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가계시 문화관광국은 천문산 관광지의 운영권이 민간에 있어서 지방정부는 행사 승인 주체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천문산 관광지는 2001년 톈진 소재 민영기업 닝파그룹이 투자해 운영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광지 측은 사고 이후 하늘계단은 다시 개장했으나, 난간은 아직 수리가 이뤄지지 않아 방문객이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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