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옷사러 불티나더니 텅텅 빈 패션몰…드디어 공실 해결 물꼬 텄다 [세상&]

법무부 9월 집합건물 법제 개선 방안 용역
공실률 많게는 86%까지 치솟아, ‘대책 절실’


동대문 상가.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정부가 동대문상가의 공실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개선 착업에 착수했다. 판매시설과 운수시설만 가능토록 한 현행 법령 속 구분점포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16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 9월 부터 ‘구분 점포와 관련한 집합건물 법제 개선 방안에 관한 학술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의 ‘동대문 집합 상가건물 활용 확대를 위한 집합건물 소유및 고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 개정 건의’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집합건물법 상 상가건물의 구분소유 대상인 판매시설과 운수시설에 문화 및 집회시설, 교육연구시설, 운동시설 등을 추가 할 것을 요청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권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시설 유치가 필요하나 동대문 상권은 대부분 구분 점포로, 판매시설 외 다른 용도 사용이 불가해 공실 장기화 및 상권 쇠락이 가속화 되고 있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동대문의 밀리오레와 헬로에이페엠(apm), 디자이너클럽, 굿모닝 시티 등은 패션의 성지로 불야성을 이뤘지만 코로나 펜테믹 이후 침체기를 걷기 시작했다. 특히 2023년부터는 알리·테무·쉬인의 중국 저가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동대문 패션 상가의 공실률은 크게 늘었다. 실제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이하 동대문협의회)에 따르면 맥스타일의 경우 86%(2025년 4월 기준)의 점포가 비어있고, 디자이너크럽은 85%, 굿모닝시티는 70%의 공실률을 기록했다. 밀리오레나 apm 등 유명 점포의 공실률도 각각 38%, 45%에 달한다.

동대문 내 집합 건물은 소유주가 다른 수백개의 구분점포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 apm, 굿모닝 시티, 디자이너 클럽 등 공실이 많은 건물들의 대부분이 그렇다.

패션 소매 사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점포 소유주들이 기존 판매시설을 문화 공연시설로 바꾸려는 시도를 했지만 ‘집합건물법’ 구분소유 조항에 가로막혔다. 집합건물법은 ▷경계를 명확하게 알아볼 수 있는 표지(칸막이)를 바닥에 견고하게 설치하고 ▷구분점포별로 부여된 건물번호표지를 견고하게 붙일 경우 ▷그리고 판매시설과 운수시설에 한해서만 구분소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동대문협의회가 본지에 보낸 ‘동대문 집합상가 입점용도 실패 사례’를 보면 2022년에 맥스타일 5·6·7·8 층에 미국 브로드웨이 한 업체의 한국지점 별관 입점이 추진됐으나 실패했다. 밀리오레에서도 2022년 예식장을 입점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2017년 실내 아이스링크를 설치하는 사업이 추진됐다. 하지만 집합건물법 때문에 모두 성사되지 못했다.

패션 소매점포를 다른 용도로 변경하는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앖다. 100개의 구분점포가 있는 쇼핑몰 2층을 극장(문화 및 집회시설)으로 바꿀 경우, 문화 및 집회시설로 용도변경을 해야 한다. 이 경우 구분소유를 지분소유로 바꾸는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이과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동대문패션 타운관광특구협의회의 지대식 사무국장은 “지분소유로 바꾸려면 100% 동의가 필요하다”며 “대출을 끼고 점포를 소유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이들이 지분 소유에 100% 동의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제안된 것이 서울시의 제안이다. 구분소유가 가능한 업종을 기존 판매시설, 운수시설에서 추가 하자는 것이다. 이는 지분소유로 변경할 필요 없이 소유자들의 동의만 있으면 구분소유 그대로 용도변경이 가능한 방법이다. 지대식 사무국장은 “코로나펜데믹이 발생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실이 늘어난 이후,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며 “구분소유를 판매시설과 운수시설로 정하는 조항을 삭제하거나, 구분소유가 가능한 업종에 다른 시설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소유자의 80%만 동의하면 용도변경을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법령 개정 필요성 뿐 아니라 여러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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