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아들 보상금 10억, 부모가 집 짓고 빚 갚는데 탕진…“횡령”

[JTBC ‘사건반장’ 영상 갈무리]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30대 남성이 부모에게 보험금과 손해배상금 10억원을 맡겼으나 8년 뒤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사연이 알려졌다.

19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전문직에 종사하던 A씨는 8년 전 퇴근길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전신마비 판정을 받았다. 치료에 전념했지만 신경은 회복되지 않았고, 오래 사귀었던 여자친구와도 결국 이별했다.

사고 후 A씨는 보험금과 손해배상금으로 10억원을 받았다.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던 그는 혼자 독립해 살아보려 했으나, 부모의 만류 끝에 결국 함께 살게 됐다. 대신 A씨는 10억원을 포함한 자신의 전 재산을 부모에게 맡겼고 “의료기술이 발전하면 그때 치료비로 쓰자”며 사용하지 않기로 가족과 약속했다.

하지만 8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부모는 경기도에 토지를 매입해 단독주택을 지었고, 각자 차량도 한 대씩 구입했다. A씨가 돈의 출처를 물을 때마다 부모는 “너는 신경 쓰지 마라”고만 답했다. 심지어 부모는 주식투자 실패와 도박으로 파산 직전인 동생의 빚을 대신 갚아주라고 종용하기까지 했다.

결국 A씨는 동생 부부에게 차용증을 받고 거액을 빌려줬다. 이후 몸이 악화된 A씨는 병원 근처에서 기관들의 도움을 받아 독립적으로 치료를 받기 위해 부모에게 맡겼던 보상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부모는 “돈이 어디 있냐”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집을 짓고 막내 아들의 빚을 갚느라 이미 다 썼다는 주장이었다.

A씨는 자신을 돌보느라 건강이 망가졌다고 토로하는 부모의 헌신을 생각해 전액까지는 아니더라도 동생의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빌려준 돈만큼은 반드시 돌려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동생은 “돈을 갚으려면 집을 팔아야 하는데, 그러면 가족이 모두 길거리로 나앉는다”며 책임을 회피했고, 부모 역시 “그 돈을 받아 남동생 가정을 깨뜨리려고 하느냐”고 A씨를 질타했다.

A씨는 현재 극심한 통증 속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고 있다며 “가족은 남동생이 가정을 지키려면 내가 희생해야 하는데 도저히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연을 접한 양지열 변호사는 “부모의 행동은 명백한 횡령”이라면서 “형사처벌은 어렵더라도 민사소송을 통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특히 동생에게 빌려준 돈은 차용증이 있어 회수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미 도박으로 돈을 탕진한 상황이라면 현재 가족이 보유한 집도 언제까지 유지될지 알 수 없다”며 “법적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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