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는 최후 수단
AI·반도체 투자대안 검토 먼저”
CVC 통한 투자는 긍정적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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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기(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은 첨단전략산업 투자를 위한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 “최후의 수단”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분야에서 가능성을 열어두되,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나 기존 투자 방식 등 활용 가능한 대안을 먼저 살펴본 뒤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 다른 방법이 없다면 금산분리 완화를 생각해 볼 수 있으나, 다른 대안이 있다면 그 대안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주 위원장은 “첨단 전략 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 필요성은 전반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며 “어떻게 투자를 활성화할 것인지 공정위를 포함해 경제부처, 대통령실이 여러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중 일부에서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제안도 있다”며 “투자 활성화의 방법으로 완화가 필요하다면 필요성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고 산업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로, 대기업 일반지주사의 금융·보험사 소유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조항이 대표적이다.
주 위원장은 “수십 년 된 금산분리를 바꾸려면 부작용을 방지할 장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몇몇 사안이나 몇 개 회사의 민원 때문에 규제를 바꿀 순 없다”고 강조했다.
금산분리가 첨단산업의 ‘투자 걸림돌’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금산분리 원칙이 허들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대기업들이 본업에 충실하고, 규제 탓만 할 게 아니라 현행 규제 체제 안에서도 할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주회사 산하에 펀드운용사(GP) 설립 주장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그런 구조 없이도 투자해왔는데 왜 지금 그걸 도입해야 하는지 논리적 근거가 빈약하다”며 필요성부터 검증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기업들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처럼 투자회사를 만들어 기존 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등으로 유니콘 기업이 될 작은 씨앗을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공정거래법 규제가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언급한 데 대해 주 위원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 반도체 모두 현 규제 체제 속에서 성장을 거듭했다”며 “대기업집단에 대한 공정위 규제가 없었다면 한국 경제가 어떻게 됐을지는 상상해보라”고 되물었다.
이어 “실효성이 부족했다면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제도를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경제인협회가 동일인 지정제도 완화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총수 일가의 부적절한 지배력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제재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공시는 규제가 아니라 의무이며, 대상을 줄이자는 요구는 시대에 역행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주 위원장은 부당 내부거래와 사익편취 근절을 대기업집단 규제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양영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