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살 엄마 살해한 70대 여성 법정서 절규…“이 방법밖에 없었다”

요코 코미네(71) [KHB-TV]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일본에서 12년간 100세가 넘은 어머니를 홀로 돌보던 70대 딸이 간병 끝에 모친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현지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은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 사회가 직면한 ‘노노(老老) 간병’ 문제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TV아사히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는 지난 17일 도쿄 구니타치시에 거주하던 요코 코미네(71)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그는 지난해 7월 22일 치매를 앓고 있던 102세 모친 후쿠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코미네는 이날 새벽, 침대에서 잠든 어머니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후 그는 스스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를 죽였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모친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재판에서 코미네는 어머니를 목욕시키고 화장실에 데려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거동이 힘든 모친을 위해 침대 옆에 간이 변기를 두었지만, 모친이 점점 건강이 나빠지면서 혼자 변기를 사용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고 진술했다.

특히 사건 당일 새벽 4시에는 모친이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허리 통증이 심해 어머니를 혼자 들어올릴 수 없게 된 그는 결국 119에 신고했지만, 구조대원들은 “앞으로는 이런 일로 신고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러한 냉담한 반응은 그를 극도로 낙담하게 만들었다.

일본에서 12년간 100세가 넘은 어머니를 홀로 돌보던 70대 딸이 간병 끝에 모친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FNN]


코미네는 법정 진술에서 당국의 대응 방식에 버림받은 기분을 느꼈고 “어머니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세상에 혼자밖에 없는 것 같았다”며 “엄마가 다시 떨어졌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죽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40대 때 이혼한 코미네는 58살이던 2012년 부모님과 함께 살기 위해 이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다 아버지가 몇 년 전 세상을 떠나자, 집에는 어머니와 딸만 남게 됐다. 그는 그때부터 줄곧 모친을 홀로 간병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모친에게 폭언이나 폭력은 없었고, 단순한 피로 누적을 넘어선 명백한 살인”이라며 징역 8년을 구형했다. 반면 재판부는 “오랜 간병으로 정신적, 신체적으로 극한 상태였던 점”을 참작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코미네가 12년간 고령의 모친을 간병해 왔고, 모친이 10분에 한 번꼴로 화장실을 가 간병 부담이 컸다는 점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

이 사건은 고령자가 고령자를 간병하는 ‘노노(老老) 간병’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소셜미디어(SNS)에는 “이 이야기에는 두 명의 피해자가 있다”, “사회적 지원이 부재한 돌봄 지옥이 만든 비극”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족 간병에 의존하는 일본의 돌봄 체계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지적하며, 공공 돌봄 서비스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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