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직원 아니었어?’…구리값 뛰자 ‘구리도둑’ 속출, 속앓는 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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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자 미국 내 구리를 노린 도둑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로 인해 당국과 통신업체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최대 피해 지역으로는 로스앤젤레스(LA)가 꼽힌다. 도둑들은 LA 일대에서 전화선과 인터넷선에 신호를 전하는 구리선을 잘라 재판매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안전모와 조끼를 챙겨 통신사 직원처럼 위장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뒤 나무와 기둥에 올라간 후 케이블을 자르는 식이다. 때때로는 맨홀을 뜯고 아스팔트를 깎는 일도 한다.

도둑들로 인해 전국적으로 가정용 에어컨, 공공 가로등, 관련 사업체 등이 피해를 보고 있다. 미주리주에선 풍력 터빈 설치 현장에서 구리선이 도난 당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캘리포니아주 밴나이즈에선 통신 케이블이 끊겨 군 기지, 911 응급 서비스, 병원 등 500여개 기업과 5만여가구의 인터넷, 유선전화 서비스가 최대 30시간 중단됐다.

전미케이블TV협회(NCTA)에 따르면 올 1~6월 미국 내 통신망에서 발생한 고의 절도 및 방해 행위는 9770건이다.

이전 6개월간 보고된 건수의 두 배에 가까운 숫자다. 이 때문에 800만명 넘는 고객이 서비스 중단 등 피해를 봤었다.

구리 도둑이 속출하는 건 구리값 상승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구리는 지난달 런던 금속거래소에서 t당 1만114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구리는 전기 배선에 쓰이는 전도성 금속이다. 최근 몇년간 풍력 터빈, 전기 자동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호황과 함께 수요가 늘었다.

통신회사 AT&T 조사관은 사실상 ‘구리 경찰’이 돼 감시를 이어가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한 관계자는 구리 절도 사건이 조직적 집단의 소행일 것으로 의심된다고도 했다.

LA시는 구리 도둑 신고 시민에게 최대 5000달러 포상금을 지급하는 안도 추진하고 있다.

LA시의회는 지난 14일 구리선과 금속 절도 범죄 제보 장려를 위한 포상금 지급안을 찬성 8표, 반대 2표로 잠정 승인한 상태다.

LA시가 밝힌 포상금 지급 대상은 구리선을 포함해 시 표지판, 묘비, 동상, 가로등, 6가 다리 등과 관련한 금속 절도 범죄 제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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