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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A 씨는 엘리베이터에서 7살 여자아이의 손을 쓰다듬고 만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최소 징역 5년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폭력처벌법 7조 3항은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에 대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징역 5년형의 경우 집행유예로 선처하는 것이 가능하다.
초등학교에서 일하던 B 씨는 학교에서 마주친 6~7세 여자아이 3명의 눈가 또는 이마에 입맞춤한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그 역시 같은 법을 적용받아 최소 징역 5년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두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의정부지법 재판부가 해당 조항에 대해 형량이 너무 과하다는 취지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강제추행으로 인정되는 행위 유형이 광범위함에도 법정형 하한을 징역 5년으로 규정해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이나 평등원칙에 반하고 법관의 양형 재량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성폭력처벌법과 형법의 ‘강제추행’에는 기습추행이나 신체 접촉이 없는 추행 행위, 성적인 목적이 없거나 유형력 행사가 가벼운 추행 행위 등 다양한 추행 행위가 포함되는데, 성폭력처벌법 7조 3항은 13년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을 모두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징역형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었으나, 2018년 텔레그램을 이용해 어린아이를 상대로 벌인 성 착취 사건이 다수 발생하자 2020년 벌금형을 삭제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헌재는 지난 27일 이 사건에 대해 재판관 9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정신적·신체적으로 아직 성장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13세 미만 미성년자의 자유로운 성적 정체성 및 가치관 형성을 보호법익으로 하는데, 13세 미만 미성년자는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그 보호법익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3세 미만 미성년자는 상대방의 추행 행위가 가지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항해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경미한 추행 행위라 하더라도 성적 정체성과 가치관을 형성해가는 이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강제추행의 구체적 행위 태양을 불문하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에 대한 법정형이 지속적으로 상향됐음에도 범죄가 계속 증가 추세를 보였고, 어린아이에 대한 신체 접촉이 문화적·관습적으로 용인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경미해 보이는 행위라도 아이들의 자유로운 성적 정체성과 가치관 형성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데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또 징역형 하한이 5년이므로 정상 참작 사정이 있는 경우 감경을 통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으므로 양형 과정에서 구체적 사정이 반영될 수 있고, 보호법익과 죄질을 달리하는 다른 범죄들과 그 법정형을 평면적으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도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