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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4년 11월 오스트리아 빈 근교 바움가르텐 안 데어 마흐에 위치한 가스 커넥트 오스트리아 천연가스 유통 허브의 전경. 유럽은 오는 2027년까지 러시아산 가스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기로 결의했다.[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유럽연합(EU)이 오는 2027년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기로 결의했다. 유럽이 원유는 물론 천연가스까지 탈(脫) 러시아 기조를 확장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각종 경제 제재로 타격을 입은 러시아에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U 이사회 대변인실은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번 규정은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종식하고 EU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번에 타결된 합의에 따르면 EU는 2027년 1월부터 모든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을 금지할 예정이다. 파이프라인을 통한 가스 수입 장기 계약은 가스 비축 목표가 달성된다는 조건 하에 같은 해 9월 30일부터 금지된다.
내년 초부터 신규 구매 계약을 금지된다. 2025년 6월 17일 이전에 체결된 단기 러시아산 가스 계약의 경우, 액화천연가스(LNG)는 2026년 4월 25일부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들여오는 가스는 2026년 6월 17일부터 각각 금지될 예정이다. 러시아산 의존도가 높은 슬로바키아와 헝가리에는 2027년 말까지만 단기 계약으로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3자 협의 형식으로 도출된 합의안은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공식 승인을 거쳐 관보에 게재되면,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유럽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러시아산 가스 구매를 줄였으나, 장기 계약이 걸려있는 것들이 있어 전면적으로 수입을 중단하지는 못했다. 현재도 해상으로 운송되는 물량은 수용해왔다.
현재 EU는 전체 LNG 공급량의 약 15%를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EU가 러시아산 LNG 수입에 들이는 비용이 월간 5억유로(8551억6000만원)에서 7억유로(약 1조1900억원) 사이가 될 것이라 추산했다.
이를 두고 미국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대주는 것이라며, 원유를 포함해 가스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산 에너지 전체를 불매해야 한다고 유럽을 압박해왔다. 유럽은 올해 초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오는 2028년까지 7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한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EU는 2027년까지 러시아산 가스를 퇴출한다는 이번 결의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 선을 그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협의한 종전안에 대해 러시아가 부분적으로만 동의하는 가운데, 극적으로 종전이 되더라도 러시아산 가스 퇴출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산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리파워EU(RePowerEU)’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일회성 제재가 아닌,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하는 장기 정책이다. 우선은 가스 공급국을 러시아에서 미국과 중동으로 바꾸면서, 향후 친환경 에너지 개발로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 글로벌 가스 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전환된다는 전망도 EU의 이 같은 계획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에 따르면 2026년은 LNG 공급이 올해보다 대비 약 7% (약 400억㎥) 증가, 수요보다 공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댄 요르겐센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2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유럽연합은 오늘 밤 역사를 만들고 에너지 미래의 진로를 바꿀 수 있다”며 “유럽의회 및 회원국들과 러시아산 가스 수입 영구 금지안을 협상하면서, 우리는 협박 대신 독립을 선택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지지를 보여줄 기회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