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내년 예산 ‘새해 첫날’ 즉시 집행”…연초 재정 공백 없앤다

연내 계약·공고로 1월부터 바로 집행
고환율·건설 부진 속 경기 회복 선제 대응
올해 예산 연말까지 ‘총력 집행’
내년 1월 기재부 재경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8차 재정집행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내년 예산을 새해 첫날부터 곧바로 집행하는 ‘선(先) 집행 체제’에 돌입한다. 해마다 반복된 연초 예산 집행 지연으로 정책 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소하고, 경기 회복의 체감 속도를 재정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연말까지 올해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의 집행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막판 재정 드라이브’도 병행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8차 재정집행 점검회의에서 “예산안이 5년 만에 법정 시한 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예산 집행을 위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 초혁신경제와 민생 안정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특히 “각 부처는 주요 민생 사업이 새해 첫날부터 즉시 집행될 수 있도록 사업계획 수립을 12월 중 반드시 마무리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지방정부의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보조사업의 확정 내역과 금액도 조속히 통지하고, 회계연도 개시 전 예산이 배정되는 사업은 연내 계약·사업 공고 등 사전 절차를 모두 마쳐 1월부터 곧바로 집행이 가능하도록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1월부터 즉시 집행’을 내건 것은 재정을 통해 경기 회복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예산은 통상 연초에 사업 설계와 집행 기준 논의, 계약 절차 지연 등으로 실제 현장 투입까지 거의 한두 달의 공백이 발생해 왔다. 이 기간 민생·투자 관련 사업이 ‘행정 대기’ 상태에 머물면서 상반기 경기 대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매년 반복됐다.

최근 경제 상황도 정부의 조기 집행 기조를 강화하는 요인이다. 고금리 장기화, 건설 경기 위축, 소비 둔화 등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재정이 경기 회복의 ‘선행 변동 변수’로서 역할을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경기 흐름이 ‘급반등’보다는 ‘느린 스우시형 회복 경로’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설비투자는 수출 경기 의존도가 커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고 건설투자는 부동산 규제 강화와 공사비 상승, 수도권 용지 공급 제약 등으로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미국발 통상 리스크와 글로벌 금융 불확실성, 가계부채·고환율 부담까지 겹쳐 소비와 투자의 본격 반등 시점이 더 밀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예산 집행률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11월 말 기준 본예산 집행관리 대상 214조8000억원 중 90.1%가 집행돼 전년 동기 대비 2.7%포인트 높다. 1차 추경은 관리대상 12조원 중 11조2000억원이 집행돼 집행률 93.9%, 2차 추경은 20조7000억원 중 20조3000억원이 집행돼 98.2%를 기록했다.

구 부총리는 “집행 상황은 양호하지만 마지막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며 “이·불용을 최소화하고 예산 집행률을 더욱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중앙과 지방이 함께 협력해 경기 회복의 온기가 전국민에게 골고루 닿도록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조기 집행 대상을 취약계층 지원, 소상공인·자영업자, 청년·고용,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등 체감도가 높은 분야로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 정책 효과를 상반기 안에 가시화하기 위해서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내년 1월 2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 출범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번 주 차관회의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기재부 분리에 따른 실·국 단위 직제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구 부총리가 이끄는 재경부는 2차관·6실 체제로 확대 개편되고, 기획처는 예산 편성과 중장기 국가 전략 기능을 맡는 1차관·3실 체제로 출범할 예정이다. 이번 예산 조기 집행 총력전은 조직 분리를 앞둔 마지막 ‘기재부 체제’의 재정 운용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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