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누적 적자 10조원 이상, 판매사 절반 이탈
“비급여 관리·정보 연계 강화·5세대 연착륙 지원”
![]() |
|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에서 열린 ‘공·사 건강보험 상생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주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실손의료보험 4세대 상품의 손해율이 1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세대 전 세대가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내년 초 출시되는 5세대 실손의 연착륙을 위해 비급여 관리 강화와 요율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의료비 증가와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국민건강보험과 실손 모두 재정 부담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공·사 건강보험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보 연계 강화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험연구원은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에서 ‘공·사 건강보험 상생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구조 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도입됐던 4세대 실손보험이 손해율 150%에 육박해 관리가 어려운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주제 발표를 맡은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3분기 기준 손해보험사의 4세대 실손 위험손해율이 147.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129.7%)보다 18.2%포인트 급등한 것은 물론, 4세대 출범 첫해인 2021년(61.2%)과 비교해 4년여 만에 2.4배 이상 뛴 수치다. 특히 4세대는 비급여 손해율(131.6%)뿐만 아니라 급여 부문 손해율도 169.8%에 달해 누수가 전방위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다른 세대 상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4세대 합산 위험손해율은 120.7%를 기록했다. 세대별로 보면 ▷1세대 113.2% ▷2세대 114.5% ▷3세대 137.9%로 전 세대가 적자 상태다. 1·2세대는 요율 정상화 노력에도 올해 3분기부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5년간(20202024년) 실손보험 누적 적자만 10조원 이상”이라며 “기존 실손 판매사 중 절반 가까이가 판매를 중단할 정도로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손해율 관리 실패의 주범은 ‘통제되지 않는 비급여’다.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에서 10대 비급여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30.1%(3조8897억원)에 달한다. 물리치료(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가 2조2903억원으로 가장 크고 ▷비급여 주사제(6525억원) ▷척추 관련 수술(2768억원) ▷발달지연(172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무릎줄기세포주사, 전립선결찰술 등 신의료기술 관련 비급여 치료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만성 적자로 인해 실손 판매사도 줄고 있다. 2010년 30개사에서 올해 11월 현재 18개사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손해율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근본 원인으로는 ‘가격 관리 부재’가 꼽힌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비급여는 의료기관이 가격과 진료량을 임의로 정할 수 있어 시장 기능이 마비됐다”며 “실제 병원급 의료기관 간 도수치료 가격 차이가 최대 62.5배에 달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의 가격 관리 기전 부재가 국민 의료비 부담 급증과 공·사보험 동반 부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사보험 간 정보 연계 미흡도 문제로 지적된다. 감사원 분석에 따르면 건강보험과 실손 간 상병 등 청구정보 불일치 건이 39%에 달한다. 2019~2022년간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과 실손보험금이 8580억원 이중지급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사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종합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의료기술 재평가를 통한 비급여 정보 비대칭 완화 ▷관리급여 제도 활성화 ▷비급여관리법 제정·가격 규제 ▷공·사보험 정보연계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실손 요율 정상화 등을 과제로 꼽았다. 특히 실손보험료 조정한도 규제(연간 25% 내외)의 적정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연구위원은 “5세대 실손 연착륙과 공·사 건강보험 건전화를 위해 비급여 관리를 중심으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정책당국과 보험업계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4세대 실손마저 관리가 어려워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5세대 실손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5세대 실손 출시의 제도적 기반이 되는 ‘보험업 감독규정’ 변경 예고를 이르면 다음 주 중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5세대 실손은 비급여를 ‘중증(특약1)’과 ‘비중증(특약2)’으로 분리하고, 도수치료 등 비중증 항목의 자기부담률을 50%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국은 올해 안으로 규정 개정 절차를 마무리해 제도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내년 1월 또는 2월 초에는 실제 상품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도 개선과 상품 출시가 최대한 늦어지지 않도록 연내에 관련 절차를 밟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