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매출도 74% ‘급성장’
내년 반도체 매출 2배 성장 제시
삼전·SK HBM탑재 증가 기대
![]() |
브로드컴이 시장 기대를 웃도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매출 실적을 발표하면서 AI칩 수요의 성장세를 입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계에도 호재다. 브로드컴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이를 공급하는 국내 양사 역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브로드컴은 2025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28% 증가한 180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였던 174억7000만달러를 상회했다. AI 반도체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74%나 급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주당순이익(EPS) 역시 1.95달러로 시장 예상치(1.87달러)를 웃돌았다.
브로드컴은 내년 1분기 매출을 191억달러 수준으로 제시하면서 AI 반도체 매출 전망 역시 전년 대비 두 배 늘어난 82억달러라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76억~78억달러)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최근 월가는 브로드컴의 내년 실적 전망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를 다시 뛰어넘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텐서처리장치(TPU) 중심의 AI 칩 수요가 시장 기대치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로드컴은 이날 앤트로픽과의 계약 사실도 깜짝 공개했다. 브로드컴이 구글과 함께 개발한 AI 칩 TPU에 100억달러 규모를 주문한 ‘익명 고객’은 앤트로픽이었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CEO)는 이날 “4분기에 앤트로픽으로부터 110억달러 규모 주문을 받았다”며 “3분기 100억달러에 이어 또 하나의 대형 계약이 추가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앤트로픽이 구글의 최신 TPU인 ‘아이언우드’를 활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브로드컴 주가는 구글의 제미나이 3.0 공개 이후 상승 폭을 빠르게 키웠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날까지 브로드컴은 14.65% 올랐다. 같은 기간 알파벳은 7.07%, 나스닥 종합지수는 4.56% 올랐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대항마인 엔비디아가 3% 하락한 것과 대비할 때 더 강세가 부각된다.
브로드컴 실적을 통해 AI 칩의 거대 수요가 확인되면서 한국 반도체주에도 기대감이 커진다. 브로드컴은 빅테크가 사용하는 맞춤형 AI 반도체(ASIC)와 TPU 등을 설계하고 패키징하는 핵심 허브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HBM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공급받는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1분기에 삼성전자가 HBM4 양산을 시작, 2분기부터 HBM4 출하량이 큰 폭 증가할 전망”이라며 “ASIC 업체들의 HBM4 탑재 요구 증가와 엔비디아 루빈(Rubin)에 탑재될 HBM4 출하가 본격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주환원 강화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회사는 분기 대방금을 기존 대비 10% 인상한 주당 0.65달러로 결정했다. 2026년 회계연도 연간 배당 목표는 주당 2.6달러라고 밝혔다. 브로드컴은 15년 연속 연간 배당을 인상해오고 있다.
커스틴 스피어스 브로드컴 최고재무관리자(CFO)는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전년 대비 35% 증가해 기록적인 430억달러를 달성했고, 잉여현금흐름도 269억 달러로 견조해 배당금을 10% 인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브로드컴은 실적 발표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한때 4% 급등했지만, 이내 하락으로 돌아섰다. AI 부문의 마진 하락 가능성이 투자심리에 부담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탄 CEO는 컨퍼런스 콜에서 “4분기에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으로부터 110억달러 규모의 대형 주문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AI 제품 비중 확대가 전체 이익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6개 분기에 걸쳐 출하될 AI 제품 주문 잔고가 730억달러 규모”라고도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 수치가 일부 투자자 예상보다 낮았던 것이 실망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오픈AI와 구글을 포함한 주요 고객군을 감안할 때 주문 잔고가 1000억달러 이상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이 실적 발표 전부터 여러 차례 신고가를 경신하는 과정에서 차익실현 욕구가 반영될 수 있다”며 단기적 주가 하락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어 “TPU 등 AI 수요 전망이 강화되고 있는 점에서 AI주 비중확대 전략의 유효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이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