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출신 40대 무슬림, 커피 마시다 총격범 보고 달려들어 제압…두 군데 총상

40대 과일장수 아흐메드, 총 빼앗아 인명 피해 줄여
10년전 시리아서 호주로 와 두 딸 키우는 아빠
“신이 내게 용기 주셨다…사람들 구할 수 있어 신께 감사”
두 군데 총상 입고 수술 뒤 회복 중…“진정한 영웅” 호주 사회 찬사

시리아 출신 무슬림인 아흐메드 알 아흐메드(43·흰 옷)가 지난 14일 시드니 본다이 해변에서 장총을 난사하는 총격범을 맨손으로 제압하고 있다.[더 선 화면 갈무리]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호주 시드니 본다이 해변 총격 사건에서 맨손으로 총격범을 제압해 총기를 빼앗은 시민 영웅의 용기에 호주 전역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호주 7뉴스와 영국 BBC 등은 15일(현지시간) 이 시민 영웅이 10년전 시리아에서 호주 시드니로 이주한 무슬림인 아흐메드 알 아흐메드(43)라고 보도했다.

아흐메드는 시드니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가장으로, 6살과 5살 두 딸을 둔 아빠다. 그는 당시 사건 인근에서 커피를 마시다 총격을 목격하고 행동에 나섰다. 같이 있었던 사촌 조자이 알칸지에게 “나는 죽을 것이다. 내 가족에게 내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러 내려갔다고 전해달라”고 말한 뒤 총격범 한 명의 뒤쪽에 있는 차량에 몸을 숨기고 기회를 엿봤다.

큰 나무 아래에서 장총을 발사하던 총격범에게 몸을 날린 그는 총격범의 목을 감싸안고 몸싸움을 벌이다 그의 총을 빼앗았다. 아흐메드는 총격범에게 총을 겨눴고, 몸싸움 도중 넘어진 총격범은 그의 눈치를 살피다 뒷걸음질로 공범이 있는 보행자 다리 쪽으로 도망갔다.

총격범이 달아나자 아흐메드는 총을 내리고 손을 들어 허공에 흔들었다. 이는 경찰관에게 자신이 총격범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과정에서 팔과 손에 각각 한 발의 총상을 입고, 수술을 받은 후 현재 회복중이라 전해졌다. 아흐메드의 아버지는 “어젯밤에 그를 봤는데 기분이 좋아 보였다”면서 “그는 자신이 무고한 사람들을 돕고 이 괴물들, 이 살인자들로부터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던 것에 신께 감사한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아흐메드의 다른 사촌 무스타파는 “그는 영웅”이라며 “아흐메드가 ‘신이 내게 총잡이를 덮칠 용기를 주셨다’고 말했다”고 도 했다.

아흐메드의 용감한 행동에 대해 호주 전역에서 찬사가 쏟아졌다. 크리스 민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NSW) 총리는 그의 신원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1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그분은 진정한 영웅”이라며 “이분의 용감한 행동의 결과로 오늘 밤 많은 사람이 살아있게 됐다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많은 호주인이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보았다”면서 “이분들은 영웅들로, 그들의 용감함이 사람들의 목숨을 살렸다”고 그의 용기에 감사를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총격범 중 한 명을 정면으로 공격한 매우 용감한 사람이 있었다”면서 “나는 그 일을 한 사람을 매우 존경한다”고 언급했다.

크라우드펀딩사이트 ‘고펀드미’에서는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애크먼이 아흐메드를 위해 10만호주달러(약 9800만원)를 기부하는 등 1000여명이 아흐메드를 위해 지금까지 29만호주달러(약 2억8000만원) 이상을 모금했다.

한편, 2인조 총격범은 50세 아버지와 24세 아들로 확인됐다. 이 중 아들 나비드는 2019년 시드니에서 체포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관련 테러 계획범과 연관성을 이유로 호주 국내 정보기관 호주안보정보원(ASIO)의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등으로 구성된 호주 합동 대테러팀은 용의자들이 IS에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현장에 세워진 이들의 차량에서 급조폭발물(IED)과 IS 깃발 2개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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