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일각 “이대론 내년 지방선거 장담못해”
지도부는 연내 ‘최종안’ 국회 통과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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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오른쪽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생,개혁 법안 목록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국민의힘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연내 국회 본회의 처리를 공언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둘러싸고 위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우려가 제기됐던 조항들을 바꾼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위헌성 문제가 해소됐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에서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자체가 헌법에 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미 발생한 특정 사건을 다루기 위해 별도 재판부를 만드는 것은 ‘사건 무작위배당 원칙’에 어긋나고, 재판부가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비판이다. 반면 민주당 내에서는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수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현직 판사는 18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여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수정안과 관련해 “법관들 사이에선 특정 사건을 두고 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며 “사후에 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것도 헌법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검찰 간부 출신인 변호사도 “민주당은 논란이 일자 일부 수정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위헌 소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특정 재판부가 특정한 사건을 다룬다는 본질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여전히 공정성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은 법조계와 학계 등의 비판이 거듭되자 위헌 소지를 해소하겠다며 수정안을 내놨다. 이를 바탕으로 최종안을 마련해 내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완전한 내란 종식을 위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차질 없이 추진한다”며 “국민께서는 가장 신속하고 공종한 단죄의 길을 묻고 계신다. 절차는 엄격하게, 판단은 신속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청래 대표도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서 법사위에서 통과시킨 안이 저는 개인적으로 위헌은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일부러 위헌 시비, 논란을 자꾸 일으키는 만큼 이 시비 논란 자체를 없애겠다는 차원에서 민주당 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수정안은 당초 1심부터 설치하기로 했던 전담재판부를 2심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이미 내란 혐의 재판 1심이 진행돼왔는데 임의로 재판부를 변경하는 것은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결과다. ‘무작위 배당원칙’ 적용을 위해 복수의 재판부를 두는 방안도 잠정 결정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천 과정과 관련해선 판사회의 등 법원 내부에서만 추천 권한을 갖는 방향으로 수정하기로 했다. 법무부 장관과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가 추천에 관여하면 재판 독립을 침해한다는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최종적인 재판부 판사 임명은 대법관회의를 거쳐 추천위원회가 추린 명단 중에서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했다. 또 특정 사건 및 특정인을 겨냥한 재판부 설치라는 비판을 의식해 법안명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이라는 문구도 삭제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여전히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특정한 사건에 대해서 특정한 판사를 배정한다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며 “사법부 독립 원칙에 맞지 않고, 불특정 재판부가 배정돼야 한다는 대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것이고, 특정한 결론을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성이 있다는 문제는 원안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로 재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피고인이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은데, 재판이 중지되고 늦어지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며 “여당은 재판을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취지로 법안을 마련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는 위헌성 시비에만 논의가 집중되면서 정작 숙의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재선의원은 “국민께서 내란재판 결과에 대해 불안해하니 당으로서는 내란 종식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애초 내란전담재판부는 내란재판 1심에 대한 불안감에서 시작됐는데, 재판 자체가 마무리돼 가는 만큼 필요성 자체가 약해졌다는 취지다.
율사 출신의 다른 의원은 “후보자추천위원회에서 법무부 장관이 빠지면서 기존과 다를 게 없어졌다”면서도 “지지자들이 워낙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지 않았다가는 내란재판 결과에 당이 책임져야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 ‘내란 청산’에만 집중하다가는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재선의원은 “내란 청산은 이미 대통령 선거에서 한번 사용한 구도”라며 “내란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에는 당 차원에서 내란종식을 선포하고 민생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제시해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양근혁·주소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