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美 GSK 공장 4136억에 인수…창사 14년 만에 첫 해외 생산기지 확보

美 락빌 6만ℓ 공장 인수…총 생산능력 84.5만ℓ ‘압도적’
기존 물량 승계로 올해 누적 수주 6.8조 달성 ‘역대 최대’
‘브라운필드’ 전략…트럼프 리스크·생물보안법 정면 돌파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에 위치한 휴먼지놈사이언스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창사 14년 만에 미국 내 첫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승부수다. 인천 송도에 집중됐던 생산 역량은 미국 본토로 확장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해소하고, 사상 최대 수주 실적까지 달성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2일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에 위치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2억8000만달러(약 4136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주체는 미국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메리카’이며, 2026년 1분기 내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번에 확보한 락빌 공장은 원료의약품(DS) 생산을 위한 6만리터 규모의 시설이다. 이로써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 생산능력은 송도 사업장(78만5000리터)을 포함해 총 84만5000리터로 늘어나며,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 1위인 ‘초격차’ 지위를 굳건히 하게 됐다.

이번 인수의 핵심은 ‘송도-락빌’로 이어지는 이원화된 생산 체계 구축이다. 송도 ‘메가 플랜트’가 대량 생산을 전담하는 글로벌 허브 역할을 맡는다면, 락빌 공장은 북미 고객사와 인접한 ‘현지 밀착형 전진 기지’로서 임상용 시료나 중소 규모 상업 생산을 담당한다.

특히 기존 시설과 인력을 그대로 인수하는 ‘브라운필드(Brownfield)’ 방식을 택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통상 3~4년이 걸리는 공장 건설 기간을 단축했을 뿐 아니라, 숙련된 현지 인력 500여명을 전원 고용 승계해 인수 즉시 가동이 가능하다.

실적 측면에서도 즉각적인 효과를 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GSK가 기존에 생산하던 제품 계약을 승계하면서 대규모 물량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누적 수주액은 6조8190억원을 기록, 지난해(5조4035억원) 실적을 훌쩍 뛰어넘으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전략적 대응으로 해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와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하는 ‘생물보안법’ 이슈 속에서, 미국 내 생산 거점(Made in USA)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규제 리스크를 방어하고 수주 경쟁력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번 인수는 글로벌 산업 발전과 미국 내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회사의 전략적 결정”이라며 “글로벌 고객에게 유연하고 안정적인 생산 옵션을 제공하며 CDMO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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