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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만 프로듀서가 한국문화산업포럼 주최로 지난 18일 서울 대학로 서울문화재단 서울센터에서 열린 ‘한류문화산업의 미래’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
[헤럴드경제 = 서병기선임기자]K-pop(케이팝) 장르를 개척했던 이수만 프로듀서는 앞으로 어떤 엔터테인먼트 방향을, 또 어떤 한류를 꿈꾸는가?
이수만 프로듀서는 미래를 준비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 A2O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여기서 배출된 중국과 미국 국적의 중국인 멤버로만 구성된 글로벌 걸그룹 A2O MAY의 사례를 통해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스스로 직함부터 바꿨다. 어느 날부터 보도자료에 ‘키 프로듀서 겸 비저너리 리더’라고 돼있었다. ‘키(핵심) 프로듀서’는 총괄 프로듀서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좀 더 본질적인 부분에 개입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비저너리 리더’는 음악 하는 아타스트만 배출시키겠다는 게 아니라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음악을 통한 트렌드 리더, 문화 리더, 소통교감 리더 등을 양성한다. 그렇게 보면 루키즈는 단순한 연습생이 아니라 잘파팝의 주체이자 셀리브리티로서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MZ보다 어린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를 합친 말)에 의한 잘파팝을 처음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12월 데뷔한 5인조 걸그룹 A2O MAY는 막내 천위가 2008년생, 멤버들이 17~20세다. A2O 루키즈들은 이들보다 더 어리다.
전세계적으로도 문화소비주체가 MZ세대에서 잘파세대로 이동하고 있다. 후자는 전자에 비해 나이만 어린 게 아니다. MZ세대가 성장 과정에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게 된 반면 잘파세대는 태어났더니, 거기에 스마트폰이 있었다는 ‘디지털 네이티브’다.
태어난 후 아기가 등을 소파에 기대 앉을 수만 있다면 엄마가 육아의 힘듦에서 잠시 해방되기 위해 스마트폰의 애니메이션을 보게 된 게 잘파세대다.
당연하게도 잘파가 MZ보다 훨씬 더 디지털 사용이 능숙하다. 이 차이는 미국에 가지 않고 영어를 엄청 열심히 공부한 사람과 네이티브 스피커만큼이나 영어구사력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것과 같다.
잘파세대는 롱폼과 미드폼보다 숏폼에 익숙하다. 그리고 흐름이 더 빠르다. 이른바 ‘배속(倍速)’문화’다. 영화 ‘극한직업’과 OTT물 ‘카지노’ ‘파인:촌뜨기들’로 인기가 높은 강윤성 감독의 작품을 볼 때 50~60대는 1.0배속, 30~40대는 1.5배속, 10~20대는 2.0배속으로 보면 잘 맞다는 것이다.
‘환승연애4’를 보면 민경은 지현, 현지, 지연과 나이 차이가 별로 안나는데도 민경이 고등학생처럼 보이기 때문인지, 10대들이 감정을 이입해서 보는 대상이다. 민경은 X인 유식이 뻣뻣하고 다른 남자들로부터 접근을 별로 받지 못해 힘들어 하는 게 짠하다. 잘파세대인 10대들은 유독 민경-유식의 서사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잘파세대가 아름답고 재밌게 보이는 세상을 모두 영상화, 미디어화해버리는 라이프 스타일을 내재화하고 있는 점(그것이 그들이 경험을 내재화하는 방식이다)과, 팬덤 사이트와 커뮤니티를 통해 글로벌 취향공동체에 참여하고 사회적 이슈에 연대하는 건 MZ세대와 유사하면서 더욱더 진일보된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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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2O M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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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2O MAY |
음악적으로 잘파팝은 A2O MAY의 음악, ‘BOSS(보스)’, ‘B.B.B(Bigger Badder Better)’, ‘PAPARAZZI ARRIVE(파파라치 어라이브)’, ‘Under My Skin(언더 마이 스킨)’을 들어보면 대충 알 수 있다.
A2O MAY는 랩과 보컬, 퍼포먼스 전 포지션을 아우르는 탄탄한 기량을 보유하고 있고, 특유의 강렬한 비트와 세련된 사운드, 당당한 에너지로 이목을 사로잡는다. 압도적인 무대 장악력과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잘파 팝(Zalpha Pop)이라는 매력적인 음악과 팀 정체성을 각인시킨다.
A2O MAY를 프로듀싱한 이수만 프로듀서는 잘파 팝과 함께 다가오는 미래를 “AI 그리고 셀러브리티의 세상”이 될 것으로 보고, 희미해지는 국적과 국경 언어의 경계속 인플루언서와 셀러브리티가 만든 “콘텐츠가 언어가 되어” 서로 소통하는 시대가 된다고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세계의 인재들과 협업하고, 현지화하며, 네트워크를 통해 함께 창조해 나가는 하는데, 그 창작의 설계권과 주도권은 ‘프로듀서’가 리드해 나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프로듀서의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프로듀서는 일반적인 음악 프로듀서가 아니다. 단순히 음악을 만드는 사람을 넘어, 시대의 흐름을 읽고, 기술과 문화를 결합하며, 세계인과 소통할 수 있는 그 소통의 새로운 언어인 ‘콘텐츠’를 기획하는 설계자를 의미한다.
한국은 아티스트를 배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문화 설계자를 키워내고 이들과 협업할 수 있는 글로벌 허브로 성장하는 ‘프로듀서의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이수만 프로듀서가 강조하는, 콘텐츠 강국을 넘어 문명을 디자인하는 국가의 모습이다.
미국에 음악(작곡)을 많이 팔아먹는 나라는 스웨덴이다. 우리나라에도 ‘중소돌의 기적’을 가능하게 한 피프티피프트의 ‘규피드’와 ‘SOS’를 스웨덴 작곡가가 만들었다. 스웨덴 작곡가는 한국에 한번 와보지 않아도 K팝을 만들어낸다. 스웨덴을 현지 대사관에서 음악판매에 적극 나선다.
스웨덴이 글로벌한 지역에 음악을 수출한다면 한국은 아티스트와 함께 프로듀서의 수출국으로서 전망이 밝다. 그 작업을 이수만 프로듀서가 일단 시작했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한국이 이런 교류와 협업을 통해 협업하고 교류하며,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결과적으로는 한국이 세계에서 배우러 오는 나라이자, 한국에 와서 프로듀서가 되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이 앞으로의 엔터테인먼트 방향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