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략무기화 가속…R·E·D 업종 주목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긍정 전망
기계·석유화학·철강·건설 ‘흐림’ 예보
“AI중심 기업의 공격적 실험 지속해야”


2026년 조선산업은 우리나라의 전략산업이자 국가경쟁의 무기로 거듭날 전망이다. 12월 한파 속에서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옥포조선소에서 새로운 배들이 건조되고 있다. 거제=이상섭 기자



2026년은 전 세계적으로 산업의 전략무기화가 더 가속화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의 전략무기화란 산업과 기술을 국가 안보·외교·패권경쟁의 ‘전략적 무기’로 활용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실제적인 군사충돌에 들어가는 정치·경제적 비용은 천문학적일 수밖에 없지만 산업적 우위를 내걸어 강한 협상력을 행사할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리스크로 실효성이 큰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최근의 전략무기화는 반도체, 에너지, 배터리, 광물, 통신, 위성 등 주력 산업의 공정·소재·표준·공급을 일부 국가가 독점한 뒤 수출 중단 및 기술이전 제한 등으로 통제수단을 확보한 뒤 거래 재개를 위해 정치적인 조건을 부과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중국의 희토류가 대표적이다.

점차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전략무기화 추세에 맞서나가는 길은 먼저 기업 스스로의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고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추는 동시에 정부의 기민하고 효과적인 지원 체계를 갖추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국가 차원의 정확한 목표 설정과 전략적 우호국가들과 연대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자국 중심의 경제안보 전략 대응을 위한 프레임워트 구축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산업정책은 주요국의 정책을 단순히 추종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자유무역의 이익과 안보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한국만의 명확한 국가 목표와 방향성이 필요하다”며 “잠재 협력국의 공급망 및 산업구조를 면밀히 분석해 무역상대국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이를 통한 양자 간 협력 증진과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추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불확실성 감소와 국제협력 확대를 위해 경제안보 갈등조정 대화와 같은 대안적 다자협력 플랫폼을 주도해야 한다”며 “한국형 산업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산업계의 실질적 수요를 체계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전략적 거버넌스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붉은 말의 해인 2026년에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수혜에 힘입어 반도체( DRAM)·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디스플레이(Display) 등 ‘R·E·D’ 업종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최근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와 함께 분석한 ‘2026년 산업기상도’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는 ‘맑음’, 배터리·바이오·자동차·조선·섬 유패션 산업은 ‘대체로 맑음’, 기계·석유화학·철강·건설 산업은 ‘흐림’으로 전망됐다. 2025년 반도체 수출은 2024년 대비 16.3% 성장한 1650억달러를 기록하고 2026년에도 9.1%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디스플레이는 AI기기 성능의 상향 평준화와 전력효율이 높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요 증가로 2026년 수출이 3.9% 증가한 176억7000만달러로 예측됐다.

배터리 역시 AI 데이터센터용 ESS 수요 증가로 2026년 수출이 2.9% 증가할 전망이다. 현대차, 기아, BMW 등에서 K-배터리를 탑재한 모델 출시가 집중되며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이후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도 반등할 것으로 기대됐다. 다만 미국발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수혜 축소 및 중국산 시장점유율 확대는 위협 요인으로 꼽혔다.

바이오업종은 국내 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 대규모 설비 가동 본격화와 미국 생물보안법 반사이익이 맞물려 대형 위탁계약 체결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고부가가치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의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가 가시화하면서 다국적 제약사와 공동 개발·기술이전 협력 증가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자동차업종은 국내 전기차 신공장 가동 본격화로 2026년 생산이 1.2% 증가한 413만대, 수출은 1.1% 증가한 275만대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계 자동차의 빠른 글로벌 점유율 상승은 위협요인으로 지적됐다.

조선산업은 2026년 8.6% 증가한 339억2000만달러의 수출이 전망된다. 컨테이너선 발주 전망치는 375척으로, 견조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LNG선 또한 미국 LNG 수출 확대에 따른 프로젝트 수요 및 카타르의 선단 교체 수요 등으로 최대 100척의 추가 발주가 예상된다.

섬유패션산업은 중국의 한한령 완화 기대,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고부가 패션 상품의 수요 증가, 원화 약세로 인한 가격경쟁력 등으로 2026년 수출은 2.0% 증가한 99억6000만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석유화학업종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유가에 따른 납사 등 석유화학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수출이 6.1%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최근 사업구조 재편 확대에 따른 가동률 회복세 전환과 글로벌 석유화학설비 폐쇄 움직임은 긍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철강산업은 미국의 통상보호 조치와 유럽연합(EU)의 철강수입규제(TRQ) 등의 영향으로 2026년 수출은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계산업 수출은 3.7%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라 건설기계, 변압기 등도 2025년 8월부터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으로 분류돼 50%의 품목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다만, 중동 플랜트 수요로 인한 일반기계 수요 증가로 수출 감소세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산업은 고금리 지속으로 사업성 악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심사 강화, 안전 및 노동 규제 강화에 따른 공사 지연 및 비용 상승이 민간 수주 상승폭을 제한하고 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2026년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기업의 공격적인 실험이 지속되는 한 해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정부의 파격적인 규제혁신 실험, 인센티브 체계 마련이 중요한 해”라고 말했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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