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지나면 꺾이는 ‘금연’ 결심…“담뱃값 인상 논의해야”

금연 계획 비율 12.7%…20년來 최저 수준
지자체 금연 지원 노력에도 하락세 지속
WHO·학계 “담뱃값 10% 올리면 소비 4~7%↓”


서울 한 편의점에서 점원이 진열된 담배를 들어 보이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금연 지원 정책이 확대되고 있지만, 흡연자들의 금연 의지는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 가장 강력한 수단인 담배 가격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질병관리청의 ‘2024년 국민건강통계’를 보면, 성인 흡연자 중 ‘1개월 내 금연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2.7%로 집계됐다. 2005년 11%를 기록한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금연 의지는 담뱃값 변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비율은 담뱃세 인상이 이뤄진 2015년에 25.5%로 정점을 찍고 9년 연속 하락했다. 당시 가격 인상과 경고 그림 도입이 금연 결심을 자극했지만, 이후 새로운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동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자체 중심의 금연 관리 정책도 강화되고 있다. 전국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는 상담 및 니코틴 보조제 지원 외에도 금연 유지 단계에 개입하는 프로그램이 확대되는 추세다.

서울 노원구는 장기 금연 성공자에게 단계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금연 성공 지원금’을 운영 중이며, 광진구는 모바일 헬스케어 플랫폼과 연계해 금연 참여자에게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경기도 성남시와 수원시 등도 상담, 사후 모니터링, 문자 알림 등 금연 유지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 관리만으로는 금연을 유지하는 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서울의 한 금연클리닉 관계자는 “새해 초 금연을 시작했다가 2~3개월 지나면 스트레스나 주변 여건 때문에 다시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금연은 결심 자체보다 결심 이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제사회 역시 금연을 개인의 결단에만 맡기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 소비가 개인의 결심뿐 아니라 접근성, 반복 노출, 구매 단계에서의 부담 수준 등 환경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특히 가격은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꼽힌다. WHO는 담배 가격을 10% 인상하면 소비가 약 4~5% 감소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올해 국제 학술지 ‘헬스 폴리시(Health Policy)’에 발표된 26편의 논문 종합 결과에서도 담배 가격이 10% 오를 경우 담배 사용률이 7.5%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의 담배 가격은 2015년 인상된 이후 10년째 제자리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되려 인하 효과를 누렸다. 그 결과 흡연을 접하게 되는 진입 장벽은 낮아졌고, 기존 흡연자에게도 소비를 줄일 유인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담배가격 물가연동제 도입, 세율 단순화, 건강증진기금 운용 개선 등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한 학계 관계자는 “금연은 더 이상 개인 과제가 아니라 사회적·환경적 과제”라며 “금연 의지가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설계하고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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