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완판·택지 개발 중견 건설사 반열에
승부사 기질로 대우건설 인수 재계 20위로
“법·원칙 지키며 경영” 신념, 건설업계 귀감
김영록 전남지사 SNS “지역 함께한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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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3년 정창선 회장의 전남대 명예경영학박사 학위수여식 모습. [남도일보 제공] |
고(故) 정창선 헤럴드·중흥건설그룹 회장이 지난 2일 영면했다. 현장 미장 견습공에서 재계 20위 그룹 회장에 오르기까지, 고인의 삶은 대한민국 건설사(史)와 궤를 같이한다. 한평생 쌓아올린 성실함과 꼼꼼함은 중흥건설그룹을 지방 건설사에서 전국구 건설사로 키워낸 원동력이 됐다.
1942년 태어난 광주광역시(옛 전라남도 광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광주무진중학교를 졸업한 뒤 19살 현장 미장견습공으로 일을 시작했다. 책상보다는 현장을, 말보다는 땀방울을 흘린 순간이 더 많았다.
당시 건설현장은 지금보다도 훨씬 열악했는데, 정 회장은 “인부들에게 나는 특유의 땀냄새가 좋았다”며 “당당히 제 몫을 해나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냄새였다”고 떠올렸다. 정 회장은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그 때 건설사를 세워야겠다는 목표를 가졌다”고 했다.
청년의 꿈은 1983년 중흥그룹의 전신인 ‘금남주택건설’로 현실이 됐다. 이후 1989년 주식회사 설립 등기를 마친 뒤, 중흥건설㈜을 출범했고 1992년 중흥건설 회장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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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흥건설 아파트 건설 현장 살피는 고 정창선 회장. [중흥그룹 제공] |
정 회장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건 2000년 ‘중흥S-클래스’ 아파트 브랜드를 출범하면서부터다. 어린 시절 현장을 뛰며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온만큼 직원들에게도 “품질 좋고, 살기 좋은 아파트를 지어라”고 강조해왔다고 한다. 사업 초기에 품질이 기대 이하라는 생각이 들면 쌓았던 부분을 부수고 건물을 다시 짓기도 했다.
중흥그룹은 전국에 10만호 이상 아파트를 공급한 것은 물론 토목사업으로 택지개발 범위를 확장했다.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택지지구 입찰에 주력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수백억원의 위약금을 물고 포기했던 세종시 땅을 산 게 추후 ‘신의 한 수’로 평가받았다.
중흥건설은 2012~2016년 세종시에 약 1만2000가구 아파트를 공급했는데, 이 때 ‘전 물량 완판’을 기록하면서 중견건설사로 도약했다. 이 밖에도 광양만권 신대배후단지 조성으로 1만가구 이상의 아파트를 공급했다.
과감한 승부사 기질도 있었지만, 그 기저에는 확고한 내실경영 원칙이 있었다. ▷업무용이 아닌 자산은 사지 않는다 ▷보증은 되도록 서지 않는다. ▷적자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는 수주하지 않는다 등 ‘3불(不) 원칙’은 지금도 중흥그룹을 지탱하는 철학으로 남아있다.
“법과 원칙을 지키며 경영한다”는 신념 아래 자금을 허투루 쓰지 않은 점은 건설업계에 귀감으로 꼽힌다. 정 회장의 책상에는 늘 ‘36개월짜리 현금흐름표’가 붙어있을 정도로 자금관리에 철저했다. 광주·전남 지역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안정적인 성장’을 해온 것이 전국구 건설사로 거듭나는 토대가 됐다.
정 회장의 인생에 굵직한 장면 중 하나는 대우건설 인수다. 중흥그룹은 2021년 12월 대우건설 주식 50.75%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기업결합 신고를 했다. 2022년 2월 승인으로 인수를 마무리했다. 2021년 당시 시공능력평가순위상 대우건설은 5위, 중흥토건은 17위, 중흥건설은 40위로 건설업계 ‘다윗과 골리앗의 결합’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대우건설 인수를 계기로 중흥그룹은 2022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에서 자산총액기준 20위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2020년 광주상공회의소 기자간담회에서 “3년 내 대기업을 인수해 재계 서열 20위 안에 진입할 것”이라는 정 회장의 청사진이 2년만에 이뤄진 것이다.
정 회장은 건설업에 머무르지 않고 언론계로도 외연을 넓혔다. 2017년 광주전남지역 언론사인 ‘남도일보’를 인수했고, 2019년에는 대한민국 최초 경제지 헤럴드경제와 영자지 코리아헤럴드를 발행하는 ‘㈜헤럴드’를 인수했다. 정 회장은 남도일보 회장에 취임하며 “제2의 인생을 살기로 하고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심했다”고 인수 배경을 직접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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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흥건설 본사에서 직접 회계장부를 챙기던 고 정창선 회장. [중흥그룹 제공] |
‘상생과 나눔’도 빼놓지 않았다. 정 회장은 ‘하청업체’ 대신 ‘협력업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동반성장위원회’에 100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현재에도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부인 안양임 여사는 물론이고 장남인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과 부인 이화진 여사까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족 4인이 회원으로 가입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인재 육성도 잊지 않았다. 2012년 설립한 재단법인 중흥장학회를 통해 매년 200여명의 호남 지역 고교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2021년 카이스트에는 평택 브레인시티 반도체 연구센터 발전기금으로 300억원 상당의 현물과 현금을 출연했다.
지역사회 공헌도 한평생 활발히 이어갔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지회장 ▷제23·24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광주시체육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지역 건설업계는 물론 체육사업 진흥 등에도 힘썼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정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고인은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신념으로 중흥그룹을 국내 중견 건설그룹으로 키워내며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셨다”고 직접 페이스북에 메세지를 남겼다.
서정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