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 머리가 터질 지경…새학기 에듀테크 검증 책임 맡은 교원들 분통 [세상&]

에듀테크 사용시 ‘개인정보보호 기준 확인’ 필수
보안·검증 책임 교원에 넘어가 ‘행정낭비’ 지적
교원 “체크리스트 없으면 어쩌란 것이냐” 비판
교원단체 “교육부가 자체 검증해 제공해야”


새학기를 앞두고 교원들 사이에서 에듀테크 도구 ‘학습지원 소프트웨어’ 검증 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교육부가 개설한 에듀테크 정보 플랫폼 ‘에듀집’. [에듀집 누리집 갈무리]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새학기를 앞두고 교원들 사이에서 에듀테크 도구 ‘학습지원 소프트웨어’ 검증 혼란이 커지고 있다. 학교에서 에듀테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려면 교육부가 제시한 필수기준을 확인해야 하는데, 오백여가지에 달하는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를 매번 기준을 체크하고 심의해 사용하려면 업무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따라 전국 각 학교는 오는 3월부터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를 교육자료로 사용하는 경우 교육부가 마련한 개인정보 보호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한 뒤 학교 운영위원회(학운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검증 책임이 교원들에게 떠넘겨지면서 행정 부담이 과해졌다는 점이다. 당장 내년 신학기부터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려면 공교육 지원 플랫폼 ‘에듀집’에서 필수기준 체크리스트를 참고해 사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체크리스트에는 ▷최소처리원칙 준수 ▷개인정보 안전조치 의무 ▷열람·정정·삭제·처리 정지 절차 ▷만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 보호 ▷보호책임자·제3자제공·위탁 등 총 9개 항목이 담겼다.

학생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막기위해 마련된 조치지만 교원들 사이에서는 ‘과잉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수업에서 에듀테크를 사용하려면 모든 학습지원 소프트웨어가 이를 거쳐야 하는데 에듀테크 제공 플랫폼 ‘에듀집’에만 현재 500여개에 달하는 소프트웨어가 올라와 있다.

사진은 교원들이 사용하는 ‘학습지원 소프트웨어’ 선정기준 체크리스트. [독자제공]


교원들은 새 학기 수업을 준비하면서 자신이 사용하려고 하는 소프트웨어 체크리스트를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경인권에서 중등 수학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 박모(35)씨는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사용했던 소프트웨어를 쓰려고 하니 갑자기 수십여개의 체크리스트를 확인하라는게 말이 되느냐”라면서 “위에선 에듀집에서 확인하면 된다고 하는데, 매뉴얼로 나와 있는 것도 없고 에듀집에 체크리스트가 없는 경우도 있다, 정말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송파구의 초등교사 정모(29)씨는 “개인정보 유출은 큰 문제인 것은 알지만 왜 교사가 보안성 검증 업무를 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면서 “심의절차를 간소화해주거나 검증을 당국에서 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교원단체 역시 비판에 나섰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심의 절차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교육적 효과가 있는 학습지원 SW 활용 자체를 피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에듀테크 사용 전반에 대한 위축을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담당 교사가 수많은 소프트웨어의 개인정보 처리 방침과 기술적 보안조치, 제3자 제공 여부 등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구조”라며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해야 할 교사들에게 전문 영역도 아닌 보안성 검증 업무까지 떠맡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이어 “교육당국이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검증해 제공해야 교원들의 업무부담과 행정낭비가 줄어든다”라면서 “보완책을 마련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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