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미러 핵군축협정 ‘뉴스타트’ 종료…미·러 핵 경쟁 재점화 우려

2011년 이후 전략핵 상한선 사라져

우크라 전쟁 이후 사실상 무력화

美 “중국 포함 새 협상”, 러 “英·佛도 참여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조약이 오는 5일(현지시간) 만료를 앞두면서, 핵 군비 경쟁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EPA]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마지막 핵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이 5일(현지시간) 공식 종료됐다. 냉전 이후 미·러 전략 핵무기를 구속해 온 마지막 안전판이 사라지면서, 글로벌 핵 경쟁이 다시 과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New START는 미·러 양국이 실전 배치한 전략 핵탄두를 각각 1550기로 제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 핵 운반체를 700기 이내로 묶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11년 발효된 이 조약은 당초 10년 유효기간을 거쳐 5년 연장됐으며, 2026년 2월 4일까지 효력을 유지할 예정이었지만 추가 연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조약 만료 시점까지 러시아가 제안한 1년 한시 연장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러시아 외무부는 4일 성명을 내고 “당사국들은 더 이상 조약상의 의무나 대칭적 선언에 구속되지 않는다”며 뉴스타트 종료를 공식화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국제 평화와 안보에 있어 중대한 순간”이라며 “반세기 넘게 이어진 미·러 전략핵 제한 장치가 처음으로 완전히 사라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뉴스타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3년 2월 서방의 책임을 이유로 조약 참여 중단을 선언했고, 미국도 정보 공유와 상호 사찰을 중단하며 맞대응했다. 다만 러시아는 참여 중단 이후에도 핵탄두 수 상한은 지키겠다고 밝혀 왔다.

미국은 러시아가 핵무기 검증을 허용하지 않아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2025년 초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는 “러시아의 조약 위반이 즉각적인 국가 안보 위협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조약 만료 이후에도 1년간 핵무기 수 제한을 유지하자고 제안했지만, 미국은 응답하지 않았다.

대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뉴스타트 종료 이후 새로운 형태의 핵군축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해왔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만료되면 더 나은 합의를 할 것”이라며 “선수 두엇이 더 참여할 수도 있다”고 말해 중국을 포함한 다자 핵군축 구상을 내비쳤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4일 “중국을 포함하지 않고는 21세기형 군비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대통령이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약 6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1000기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내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의 핵전력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만 핵군축 조약으로 제약을 받는 것은 전략적으로 불리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러시아는 핵군축 협상이 확대될 경우 미국의 동맹국인 영국과 프랑스도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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