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주문 배송 허용 방향으로 유통법 개정
점포망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한 새벽배송 가능
의무휴업 등 규제는 그대로…반쪽짜리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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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6일 오전 서울 도심 내 한 쿠팡 배송 물류센터의 모습.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당·정·청이 14년 만에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기로 합의하면서 유통업계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대형마트에 대한 역차별로 꼽히던 규제를 일부 완화하면 쿠팡이 독주하던 경쟁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8일 오후 고위 협의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대형마트에 대해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현행 규정에 예외를 둬, 이 시간대 온라인 주문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정은 온라인 비중 확대 등 유통 환경 급변에 따라 현행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규제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온·오프라인 규제 불균형을 해소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는 전통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2012년 도입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형마트에서 이탈한 수요가 365일 24시간 영업이 가능한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로만 쏠리면서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이커머스 집중 현상은 더 고착화됐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26개 유통업체 가운데 온라인 부문의 비중은 역대 최고인 59.0%까지 늘어난 반면, 대형마트는 9.8%로 추락하며 사상 처음 10%를 밑돌았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추세를 보면, 온라인은 연평균 10.1% 증가한 반면 대형마트는 매출이 4.2% 감소했다. SSM(기업형슈퍼마켓)도 1.0% 성장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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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쿠팡은 연 거래액 50조원을 넘보는 유통 공룡으로 성장했다. 2023년부턴 이미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의 합산 매출을 앞질렀다. 지난해엔 그 격차를 20조원가량으로 늘렸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통시장이 반사이익을 본 것도 아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전통시장 등록 개수는 규제 도입 직후인 2013년 1502개에서 2023년 1393개로 감소했다. 또 지난해 한국경제인협회 인식조사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을 이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11.5%에 불과했다.
대형마트 업계는 온라인 배송 허용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장 전국에 촘촘히 분포된 점포망을 새벽배송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비용도 많지 않다. 또 쿠팡은 물류센터가 도심 외곽에서 떨어져 있고, 일부 지역은 아직 신선식품 새벽배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업회생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홈플러스를 제외하면,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즉각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157개, 롯데마트는 112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SSG닷컴 연계를 통한 ‘퀵커머스’를 운영하며 점포를 활용한 빠른 배송 경험도 쌓고 있다.
다만 당·정·청이 추진하는 법 개정안이 온라인 배송만 허용한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규제 완화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월 2회 의무 휴업 규제나 심야 오프라인 영업 제한은 유통법 일몰 시한이 연장되며 2029년까지 유지된다.
이광림 대한체인스토어협회 상무는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개선한다는 점은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의무 휴업, 영업시간 규제 등 근본적인 규제 개선에 대한 논의가 배제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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