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 ‘승리는 우리 것’ 현수막, “北군 위대함 잊지 않아” 러 대사관의 질주

서울 정동 러시아대사관 건물에 대형 현수막
외교부 철거 요구 무시, 전쟁 4주년 집회도


서울 중구 정동 주한러시아대사관 건물 외벽에 ‘승리는 우리 것’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주년을 앞두고 주한러시아대사관이 서울 도심에 러시아어로 ‘승리는 우리 것’이라는 대형 현수막을 걸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외교 당국에 따르면 주한러시아대사관은 최근 서울 정동에 있는 대사관 건물 외벽에 러시아 삼색기를 배경으로 ‘승리’를 강조하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러시아대사관이 언덕에 위치해 있는데다 건물 옥상에서부터 대형 현수막이 걸린 탓에 해당 문구는 인근 정동길과 덕수궁길 일대에서 한 눈에 포착됐다.

앞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대사는 지난 11일 한국 기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하면서 “러시아는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 남부를 우크라이나군과 서방 용병들로부터 해방하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모르지 않는다”며 “북한군의 위대함을 잊지 않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북한과 휴전 중인 한국 상황을 무시한, 외교 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대사관 측에 현수막 철거를 요구하고, 지노비예프 대사의 발언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서울 도심에 우크라이나 대사관도 함께 주재하는 만큼, 불필요한 외교적 긴장을 조성할 가능성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불법행위이며,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협력은 유엔 헌장 및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자 우리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인 만큼 중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우리 정부의 요구를 거절한 채 현수막을 철거하지 않고 있다.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우리 정부는 외교 공관에 대한 주재국의 불가침성을 규정한 국제협약인 ‘비엔나 협약’을 준수해 정부 차원에서 강제로 현수막을 철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주한러시아대사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크라이나 전쟁 4주년인 24일에 우크라이나 전쟁 지지 집회를 열 예정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향후 예정된 주한러시아대사관 측의 집회 등과 관련해서도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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