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기존 상호관세 체계에서 사실상 예외로 분류됐던 국내 수출 1위 품목 반도체에 관세가 적용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불공정 무역을 이유로 세율 상한 없이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법 301조’가 현실화될 경우 더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행정부가 21일(현지시간) 150일이 시한인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글로벌 관세’ 15%를 발표한데 이어 몇달 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정부와 수출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이 상호관세를 대체할 다른 무기들을 꺼내들면서 반도체가 기존처럼 관세 면제 대상이 될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반도체는 기존 상호관세 체계에서 무관세가 유지돼왔다. 품목에는 ‘특정 반도체 및 파생제품 관세 25%’가 명시돼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 정부가 이를 집행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인공지능(AI) 인프라스트럭처를 확대하는 국면에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이 필수라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다만 산업통상부는 무역법 122조에 기반한 글로벌 15% 관세가 기존 상호관세를 대체하는 성격인 만큼 원칙적으로는 상호관세 적용 대상 품목을 중심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최근 대만과의 무역 합의에서 2500억달러 직접투자를 받는 조건으로 반도체 관세를 면제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과의 무역 합의에서 반도체 관세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기는 했지만 미국이 언제든 투자 보따리를 더 요구하는 식으로 압박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남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만 TSMC가 이전에 발표한 대미 투자 외에 1000억달러를 추가 부담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 4곳을 추가로 건설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지난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의약품, 항공기·제트엔진, 드론, 풍력터빈, 로봇·산업기계 등 7개 품목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 품목 역시 향후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슈퍼 301조’로 불리는 무역법 301조는 또 다른 리스크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무효가 된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추진하는 무역법 301조 관세 조사가 한국도 대상에 넣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한국이 미국의 디지털 기업을 불공정하게 대우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런 문제 제기 등을 명분삼아 한국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 할 수 있다.
무역법 122조는 관련 법에 따라 최장 150일 동안만 부과할 수 있고 최대 세율이 15%로 상호관세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 등 다른 수단을 통해 새로 관세를 부과해, 상호관세를 부과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관세 수입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 정책, 관행에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나라에 그간 무역 협상 과정에서 문제 삼아 온 각종 정책과 관행 등을 구실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국회에서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법과 최근 제정된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망 사용료와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도 미국이 꾸준히 시정을 요구해온 사안이다. 또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회사들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부당하고 차별적인 행동”을 주장하며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에 무역법 301조 조사를 청원한 바 있다. 이 같은 디지털 규제 문제가 최근 가장 주목받긴 했지만, 이 밖에도 식품 및 농산물 교역, 지식재산권, 미국 제약업계가 요구하는 약값 인상 등의 비관세 장벽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배문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