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원장회의 “사법제도 개편 3법안, 숙의 없이 부의…심각한 유감”[세상&]

“중대한 부작용 발생시킬 수 있어”
“협의체 통해 심도 있는 논의 필요”
사법개혁 3법안 문제점 조목조목 지적

박영재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비롯해 전국 법원장들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안대용 기자] 전국 법원장들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이른바 ‘사법제도 개편 3법안’(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증원)에 대해 “충분한 공론화와 제도 개편의 부작용에 대한 숙의 없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전국법원장회의는 2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사법개혁 3법안에 대한 의견을 검토했다. 이 자리에서 법원장들은 해당 법안들의 내용 및 진행 경과 등을 보고받고, 이에 대해 각급 법원에서 수렴한 판사들의 의견을 공유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한 뒤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의는 박영재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주재로 전국 법원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5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회의 구성원이 아니어서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법원장들은 회의 후 사법제도 개편 법안들에 대해 공통된 입장을 내놨다. 먼저 법원장들은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통해서만 존립할 수 있음에도, 국민의 충분한 신뢰를 받지 못하여 현 상황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서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를 만들고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구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함을 깊이 인식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사법제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와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들이, 사법부와 사회 각계의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공론화와 제도 개편의 부작용에 대한 숙의 없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장들이 의견을 수렴한 대다수의 법관들 및 법원장들은 해당 법안들에 깊은 우려를 밝혔다”며 사법제도 개편 3법 각각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법왜곡죄와 관련해 법원장들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왜곡죄 수정안을 고려하더라도 범죄 구성요건이 추상적이어서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며 “처벌조항으로 인해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등 심대한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재판의 신속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재판소원 도입과 관련해선 “재판 확정의 실질적 지연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소송 당사자들은 반복되는 재판으로 고통받고, 법적 불안정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대해 법원, 헌법재판소, 국회, 정부 등 관계기관과 이해관계인이 참여하는 폭넓은 논의와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선 “상고심제도 개편과 대법관 증원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면서도 “단기간 내 다수의 대법관을 증원하는 것은 사실심 부실화 등 부작용으로 인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대법관 증원은 현 상황에서 가능한 범위인 4인 증원을 추진하고, 사실심에 미치는 영향이나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는지 살펴서 추가 증원을 지속적으로 논의함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장들은 “사법제도의 근본적 개편은 돌이키기 어려운 중대한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여러 기관과 전문가를 아우르는 협의체를 통해 바람직한 사법제도 개편 방안에 대한 폭넓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회의를 시작하는 모두 인사말씀을 통해 “전국 법원 의견을 폭넓게 듣기 위해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며 “해당 법안들은 헌법 질서와 국민 권리를 수호하는 법원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숙의 과정에서 재판을 담당하는 사법부 의견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안에 사법제도 개편 3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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