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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 영화관에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가 걸려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000만 관객 달성 이틀 만에 1100만 관객 고지까지 점령했다. 2년여 만에 탄생한 천만 영화에 온 나라가 이른바 ‘왕사남 신드롬’으로 들썩이는 가운데, 좀처럼 식지 않는 흥행 열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이날 오전 현재 누적 관객 수 1150만3719명을 기록 중이다. 지난 6일 ‘범죄도시4’(2024) 이후 661일 만에 ‘천만 영화’ 타이틀을 거머쥔 데 이어 8일 1100만 관객까지 돌파했다. 이는 개봉한 지 33일 만이다. 이는 1100만 관객 달성에 각각 36일, 40일이 걸렸던 ‘서울의 봄’(2023)과 ‘파묘’(2024)보다 빠르고, 직전 천만 영화인 ‘범죄도시4’와 같은 흥행 속도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에서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조선의 6대 왕 단종을 주인공으로 다룬 첫 영화로,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유해진과 박지훈이 각각 촌장 엄홍도와 단종 이홍위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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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박스 제공] |
영화는 관객들의 입소문이 만들어 낸 뒷심이 ‘파죽지세’의 흥행을 견인한 가운데, ‘천만 영화’라는 홍보 효과까지 더해지며 거침없는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천만 영화 탄생을 축하하는 ‘N차 관람’ 움직임도 추가 관객 동원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실제로 개봉 5주째인 지난 주말(6~8일) ‘왕과 사는 남자’의 관객은 총 172만5000명을 기록했다. 첫 주(76만명) 대비 2배가 넘고, 삼일절 연휴 기간이었던 4주째 주말 관객(175만명)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고대했던 ‘천만 영화’의 등장에 정부도 잇단 환영과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정계도 여야가 한목소리로 ‘왕과 사는 남자’의 천만 돌파를 축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엑스(X)를 통해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2024년 이후 2년 만에 이룬 성과이기에 더욱 뜻깊다”며 “이처럼 많은 이들이 한 영화를 찾았다는 것은 작품이 전하는 진심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며 깊은 울림을 끌어냈다는 뜻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가 세상과 만나 사랑받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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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박스 제공] |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같은 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왕과 사는 남자’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과의 사진과 함께 축하 메시지를 게재했다. 최 장관은 메시지를 통해 “‘왕과 사는 남자’는 겨울처럼 꽁꽁 얼어붙어 있던 우리 영화의 실낱같은 ‘희망’이자 따사로운 ‘축복’”이라며 “우리 영화는 이제 이렇게 힘찬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고 있다. 한국영화 파이팅!”이라고 응원했다.
이른바 ‘왕사남’ 신드롬은 스크린 밖까지 빠르게 확산 중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단종의 애환을 어루만지려는 ‘단종 앓이’가 역사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영화의 배경인 강원도 영월은 지난 주말 몰려드는 관광객에 문전성시를 이뤘다.
지난 8일 영월군에 따르면, 이번 달 들어 이날까지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와 무덤인 장릉의 방문객은 각각 2만2343명과 1만4951명 등 총 3만7294명으로 집계됐다. 두 장소의 누적 방문객은 올해 들어서만 11만1128명에 달한다. 강원도는 관광객이 급증하자 청령포 나루를 대상으로 특별안전 점검까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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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조선왕조실록’을 키워드로 한 도서 등이 진열돼 있다. [연합] |
서점가도 ‘왕사남’ 열풍에 동참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영화 개봉 후 약 한 달간 ‘조선왕조실록’을 키워드로 한 도서의 판매량은 개봉 이전 같은 기간보다 2.9배로 늘었다. 예스24에서도 비슷한 기간 ‘단종’을 키워드로 한 도서 판매량이 전년 대비 2565.4% 급증했다.
도서관에서도 단종 혹은 조선 왕조 역사와 관련한 책 대출이 크게 늘었다.
도서관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도서관 정보나루가 전국 공공도서관 약 1500곳의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광수의 소설 ‘단종애사’ 대출 건수는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한 지난 2월 총 148건을 기록했다. 올해 1월 대출 건수(28건)의 5배 이상이다. 단종실록과 세조실록을 다룬 역사 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5’도 영화 개봉을 전후해 월별 대출 건수가 70건에서 186건으로 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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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쇼박스 제공] |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5월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이자 배우 전지현의 스크린 복귀작이기도 영화 ‘군체’의 개봉 전까지는, 현재의 자리를 위협할 뚜렷한 경쟁작이 없기 때문이다. 한 영화 홍보·마케팅 관계자는 “천만 영화라는 수식이 영화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도 극장으로 오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 때문에, 천만 달성으로 스코어(흥행 성적)도 더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영화가 극장가 대표적 비수기인 3월을 남다른 저력으로 돌파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왕과 사는 남자’가 한국 영화 역대 흥행 1위인 ‘명량’(2014)의 기록(1761만명)까지 넘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명량’의 경우 극장가 성수기인 7월 여름에 개봉했다. 길종철 한양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개학하고 난 후 극장에 관객이 없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평일마저도 관객 수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면서 “기록 도전도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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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삼일절 연휴 기간 단종의 무덤인 장릉 앞에 방문객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연합] |
한편 영화가 불 지핀 ‘단종 앓이’ 신드롬에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자신의 SNS에 “조선의 아픈 역사 중 하나인 ‘단종’의 서사가 국민적 관심을 받게 돼 국가유산청장으로서 감회가 매우 남다르다”면서 “영화를 보신 국민 여러분의 감동과 여운이 세계유산 종묘, 영월 장릉, 남양주 사릉 등 문화유산 현장으로 이어지도록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