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기름 값 안 올랐대~’ 정유사 때려잡기 아닌 보조금 지급의 결과

日 정부 2021년부터 정유사에 직접 보조금
시중 가격 안정적 관리, 가수요 사재기 없어
韓 209원 오를 때 日 29원 상승, 10배 차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 30%가량이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됐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 경유 등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중동 사태로 국내 휘발유 가격이 크게 뛴 것과 달리 일본 석유류 시세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02.7원으로 전날보다 7.4원 올랐다.

서울 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49.5원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이란 공격을 개시한 지난달 28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92.89원으로, 그때와 비교해 현재 가격은 209.81원(11.0%) 상승한 것이다.

[고고지에스]


일본 최대 주유소 가격 정보 플랫폼 고고지에스(gogo.gs)에 따르면 9일 기준 일본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57.4엔으로 전날보다 2.8엔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8일 평균 가격(154.1엔)과 비교하면 현재 가격은 3.2엔(2%) 올랐다.

일본의 인상 폭을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9원 수준에 그친다. 일본의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우리 돈으로 리터 당 1469.86원, 한국 보다 432원 가량이 더 싸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싱가포르 시장 현물 가격을 기준으로 소매가격을 결정한다. 국제 유가 영향이 비슷하고 자국 통화도 미국 달러 대비 약세로 환율 영향이 비슷한데도 중동 상황으로 단기간에 기름 값 인상폭이 10배 가량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한일 간 국내 유류 시장 가격의 차이를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일본 정부는 202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약 80조 원 규모의 천문학적 재정을 투입해 정유사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며 유가 상승을 억제해 왔다. 국제 유가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정부가 정유사에 직접 보조금을 줘서 시중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지 않도록 관리해왔다.

또한 1974년부터 50년 넘게 유지돼 온 ‘연료 잠정세율’을 없애 유가 안정을 이끌었다.

기름 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니 일본 소비자들은 “내일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 사재기를 할 일도 없다고 한다.

반면 그동안 변동 폭이 큰 시장을 경험한 한국 소비자들은 기름 값이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차량에 기름을 채우고, 공급 불안을 우려한 대리점과 주유소들도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유통 단계에서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의 에너지 비축 여력 역시 가격 안정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언급된다. 일본의 석유 비축량은 약 254일분으로, 약 208일 수준인 한국보다 한 달 이상 더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본의 원유 중동 의존도가 약 95%에 달하는 만큼 전쟁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가격 안정 정책이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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