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팬과 함께하는 참여형 비즈니스로”

이성욱 버시스 대표 인터뷰
생성형 AI ‘버즈원’ 인터랙티브 혁신
SM 손잡고 UGC 창작시스템 구축중
메타버스 ‘에스파 월드’ 방문객 105만
뮤직테크 기술력…글로벌 빅테크 주목



“음악이라는 미디어는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이후로 너무 기술적 진보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AI를 통해 음악을 단순히 듣는 대상을 넘어, 아티스트와 팬이 상호 작용하고 함께 창조하는 ‘참여형 미디어’로 진화시켜야 합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5일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성욱(사진) 버시스(Verses) 대표의 눈빛에는 확신이 서려 있었다. 경희대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학사)하며 컴퓨터 음악의 태동을 목격하고, 삼성물산에서 비즈니스 감각을 배운 그는 미 카네기멜론대에서 ‘탠저블 인터랙션 디자인(Tangible Interaction Design)’으로 석사 학위를 받으며 기술의 정수를 익혔다. 예술적 감수성과 고도의 기술력을 두루 갖춘 그는 2020년 3월 버시스를 설립하며 음악 산업의 새로운 판을 짜기 시작했다.

버시스는 음악의 ‘절(Verse)’이 반복되듯 사용자들이 마구 자신의 음악을 표현하기를 바라는 철학을 담았다. 이 대표는 “비전문가들도 가지고 놀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하나의 음원에서 목소리와 악기별 소리를 분리해 이용자들이 이를 재조합하거나 장르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다. 노래에 맞춰 춤추는 아바타까지 결합해 탄생한 것이 걸그룹 에스파의 ‘에스파 월드’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세워진 에스파 월드는 방문객 약 105만명, 평균 체류시간은 타 사이트 대비 10배 이상을 기록하며 새로운 음악 문화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최근 버시스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년 인공지능 콘텐츠 실증 사업’ 지원 대상에 선정되어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팬 참여형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 창작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아티스트의 AI 아바타를 통해 팬들이 24시간 실시간 채팅으로 소통하고, 사진 찍기나 가사 생성, 노래 부르기 등을 함께하며 유대감을 강화하는 모델이다. 또한 창업진흥원의 창업도약 패키지 선발을 통해 SKT와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인디 아티스트들의 창작과 팬 소통을 돕는 솔루션도 곧 출시할 예정이다.

기술적 완성도는 세계 무대가 먼저 인정했다. 버시스는 2022년 가수 수민과 협업한 ‘인터랙티브 싱글’을 시작으로 , 2023년 ‘AI 메타 뮤직 시스템’으로 CES 최고혁신상을 거머쥐었다. 2024년 ‘비트 기반 뮤직비디오 생성’, 2025년 ‘에스파 월드’까지 4년 연속 CES 혁신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음악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재 버시스는 유니버설뮤직그룹, 워너뮤직그룹, 락네이션 등 글로벌 메이저 레이블들과 긴밀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가 주창하는 ‘D2F(Direct to Fan)’ 모델은 수익 불균형에 시달리는 음악 생태계의 대안이다. 현재 스트리밍 중심의 시장은 수익의 90%가 상위 1% 아티스트에게 집중되는 기형적 구조다. 그는 이 모순을 해결할 열쇠로 ‘관계’를 꼽는다. 그는 “과거에는 음악의 복제본(Copy)을 팔았다면, 이제는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관계(Relationship)를 비즈니스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버시스의 무기는 독보적인 멀티모달 생성형 AI 엔진 ‘버즈원(Verse One)’이다. 가사 한 줄만으로 랩과 음악, 영상을 동시에 생성하는 이 기술은 작곡가 출신인 그의 감성과 엔지니어들의 논리가 결합된 산물이다.

최근 래퍼 기리보이와 협업한 ‘AI 기리’ 서비스는 단 일주일 만에 아티스트의 말투와 대화 패턴을 학습해 구현됐다. 팬들은 가상의 미니홈피에서 AI 아티스트와 일대일로 대화하고 고민을 나누며, 아티스트의 목소리로 생성된 랩을 즐긴다.

이 대표는 “인공지능의 무서운 점은 생각보다 구현이 빠르다는 것”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데이터를 넣고 어떻게 설계하느냐는 오퍼레이터의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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