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영화계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오스카)이 오는 2029년부터 할리우드 돌비극장을 떠나 9마일(약 14.5km) 떨어진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 LA 라이브로 무대를 옮긴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와 LA라이브를 운영하는 앤슈츠 엔터테인먼트 그룹(AEG)은 26일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새 계약은 2039년까지 유지된다.
이에 따라 오스카 시상식은 2002년 이후 약 4반세기 동안 이어져 온 할리우드 시대를 마감하게 된다. 시상식 장소의 이름은 노키아-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현재 ‘피콕 시어터(Peacock Theater)’로 불리는 극장이다. 피콕극장의 명명권은 오스카 이전에 맞춰 변경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이번 장소 이전은 단순히 극장을 옮기는 것을 넘어 오스카 시상식 운영 전반의 재편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스카는 2029년부터 기존 지상파 방송 중심 중계에서 벗어나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생중계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는 수년간 이어진 TV 시청자 감소 속에서 글로벌 시청 범위를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L.A.라이브는 크립토닷컴 아레나와 LA컨벤션센터, 피콕극장으로 연결되는 대규모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복합지구다. 에미상과 그래미상 등 각종 대형 시상식과 콘서트,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곳으로, 여러 시설이 한데 모인 ‘캠퍼스형’ 구조를 갖추고 있다.
LA타임스는 새 장소의 가장 큰 장점으로 ‘집중된 동선’을 꼽았다. 레드카펫, 본 시상식, 프레스 운영, 시상식 이후 행사까지 인접한 공간 안에서 보다 일원화해 진행할 수 있고, 인근 JW매리어트 호텔과 연회장도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극장 내부는 무대, 음향, 조명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거쳐 오스카 행사에 맞춤형으로 재구성될 계획이다.
수용 능력 확대도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수년간 아카데미 회원 수가 크게 늘어나 현재 1만1천명 이상에 이르고 있는데, 기존 돌비극장은 공간이 협소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아카데미는 보다 넓은 미디어 회견 공간, 대기실, 백스테이지 운영 공간과 향상된 기술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돌비극장은 2001년 ‘코닥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으며, 애초부터 오스카의 장기 개최지 후보로 설계된 공간이었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와 TCL 차이니즈 시어터, 엘캐피턴 극장 인근에 위치해 매년 오스카의 밤이면 인근 지역이 영화산업의 상징적인 중심지가 됐다.
다만 오스카의 다운타운 이전이 완전히 새로운 선택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오스카는 돌비극장에 정착하기 전까지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과 슈라인 오디토리엄 등 다운타운 LA 일대에서 열린 적도 있다.
한편 AEG는 최근 LA라이브 일대에 신규 호텔과 주거시설, 추가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추가하는 확장 계획도 갖고 있다. 오스카 이전은 이같은 장기 확장 구상과도 맞물리며, 향후 다운타운 LA 엔터테인먼트 지형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