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영업익, 1년새 절반 ‘뚝’…노사 협상 앞둔 현대차, 국내 생산성 ‘경고등’

현대차, 국내 1인당 영업익
23년 9100만원→25년 4800만원
1인 평균 연봉의 절반 이하 수준
토요타 CEO “생산성 못 높이면 생존 불가”
노사 협상 앞두고 ‘생산 유연성’ 화두


현대자동차의 울산 1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아이오닉 5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판매량 3위, 영업이익 2위라는 양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사업장의 수익성과 생산성을 보여주는 질적 지표에는 경고등이 켜지는 모양새다. 현대차 본사 직원 1명이 벌어들이는 이익이 평균 연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익성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서, 다가올 노사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생산성 제고’가 부상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직원 1인당 영업이익은 4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9100만원)과 2024년(8800만원) 수준에서 절반 수준이다.

미국의 관세 여파에 따라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며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컸다. 특히 국내 공장은 수출 물량 비중이 60~70%로 높은 구조인 만큼, 해외 법인 실적이 포함된 연결 재무제표보다 본 실적의 타격이 크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현대차 직원 1인당 평균 급여가 1억3100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건비 대비 생산성 악화는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직원 한 명에게 지급되는 인건비가 그 직원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의 2.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반면, 기아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기아의 지난해 1인당 영업이익은 1억6283만원으로 전년(2억3776만원) 대비 32% 감소했지만, 여전히 현대차를 크게 웃돌았다. 평균 급여(1억3400만원)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수익성을 방어했다.

본사 인력 규모가 비슷한 글로벌 1위 완성차 업체를 놓고 봐도 격차가 확인된다. 토요타는 일본 내 약 7만1500명의 인력으로 연간 약 300만대를 생산하는 반면, 현대차는 국내 7만2600명으로 약 180만대를 생산하는 데 그친다.

수익성 지표 전반도 악화됐다 현대차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4년 12.4%에서 지난해 8.4%로 하락했고, 총자산이익률(ROA)도 4.3%에서 2.9%로 떨어졌다. 이는 경쟁사 토요타(ROE 13.6%·ROA 5.2%), 기아(ROE 13%·ROA 7.8%), GM(ROE 16%·ROA 3.7%)보다 낮은 수준이다.


‘생산성 고민’은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토요타 역시 위기감을 드러내며 생산성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사토 코지 토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5일 협력업체 CEO 700여 명을 모아놓고 “신기술과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긴급히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토 CEO는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비용 통제에 더욱 집중하고,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을 넘어 새로운 파트너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테슬라의 ‘기가프레스’나 BYD의 ‘수직계열화’ 등 파괴적 혁신을 앞세운 신흥 강자들에 대응하기 위해, 전통적인 제조 방식의 한계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본격적인 노사 협상에 돌입하며 생산성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년 연장과 임금 인상, 국내 생산 물량의 해외 이관 등이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생산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토요타는 시장 수요에 따라 하나의 라인에서 다양한 차종을 즉각적으로 조정해 생산하는 ‘혼류 생산’ 시스템을 고도화해 왔다. 이는 재고 비용을 최소화하고 공장 가동률을 극대화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반면 현대차 국내 공장은 특정 라인의 차종 변경이나 생산 물량 이관 시 노조의 합의가 필수적이다. 이로 인해 인기 차종의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도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확대하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해외에서 생산된 인기 차종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 역시 노조 반대로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토요타가 생산성을 강조한 것도 결국 원가 절감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며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반이 신기술 경쟁과 관세,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생산성 제고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 역시 최근 수년간 호실적을 바탕으로 일정 기간 버틸 수는 있겠지만, 노사 비용 부담이 커질 경우 미래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과거 GM도 높은 수익을 유지하다 비용 구조 부담이 누적되면서 위기를 맞았던 만큼, 생산성과 비용 구조 개선을 동시에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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