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비·교통비 지원, K-패스 환급 83% 상향
박홍근 장관 “국민·경제 보호에 견고한 제방”
하위 70%까지 지원 놓고 ‘준 보편 지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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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개전 31일째를 맞은 30일(현지시간) 국제 유가가 상승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종가 기준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겼다. 31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WTI 가격이 표시돼 있다. 윤창빈 기자 |
중동전쟁 장기화로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부가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유가 급등에 대응해 석유 최고가격제 재원을 보강하고 K-패스 환급률을 한시 상향하는 한편, 고유가·고물가로 부담이 커진 서민층에는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1인당 10만~60만원의 현금성 지원을 병행하기로 했다. 소상공인·취약계층·청년 지원도 포함해 경기 부양보다 충격 완화에 초점을 맞춘 추경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기획예산처는 31일 국무회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2026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전체 추경은 ▷고유가 부담 완화 10조1000억원 ▷민생 안정 2조8000억원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2조6000억원 ▷지방재정 보강 9조7000억원 ▷국채 상환 1조원으로 구성됐다. 재원은 초과세수 25조2000억원과 기금 자체재원 1조원을 활용한다.
가장 큰 비중은 고유가 대응 패키지 10조1000억원이다. 우선 전 국민 유류비·교통비 경감에 5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석유 최고가격제 확대 적용 재원으로 5조원이 배정됐고, 대중교통 환급 지원에는 877억원이 반영됐다. 정부는 휘발유·차량용 경유·등유에 더해 선박용 경유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해 유가 상승분을 폭넓게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K-패스 환급률도 한시적으로 최대 30%포인트 높인다. 월 15회 이상 이용 기준으로 저소득층은 53%에서 83%, 3자녀 가구는 50%에서 75%, 청년·2자녀·고령층은 30%에서 45%, 일반 이용자는 20%에서 30%로 각각 상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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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피해지원금에는 4조8000억원이 배정됐다. 지원 대상은 소득 하위 70%(3256만명), 차상위·한부모(36만명), 기초수급자(285만명) 등이다. 소득 하위 70%는 지역 여건에 따라 10만~25만원, 차상위·한부모는 최대 50만원, 기초수급자는 최대 60만원까지 지원받는다. 정부는 기초·차상위 가구를 우선 1차 지급한 뒤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대상을 확정해 2차 지급할 계획이다.
에너지 복지에는 2000억원이 투입된다. 등유·LPG를 사용하는 저소득 기후민감계층 20만가구에는 에너지바우처 5만원이 추가 지급된다. 시설농가 5만4000개소와 어업인 2만9000명에 대한 유가연동 보조금도 한시 지원된다. 화물차와 농어민, 연안 화물선 대상 보조율은 기존 50%에서 최대 70%(4월 한시)로 상향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민생 안정에 2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취약계층 일상 회복에 8000억원, 청년 창업·일자리 지원에 1조9000억원, 고물가 부담 경감에 1000억원이 각각 배정됐다.
복지사각지대 완화를 위해 기본 생필품을 지급하는 ‘그냥드림센터’를 150개소에서 300개소로 확대하고 21억원을 투입한다. 긴급복지는 37만5000건에서 39만1000건으로 늘리고 131억원을 추가 지원한다. 돌봄서비스 확대에는 99억원, 복지시설 냉·난방 설비 지원 확대에는 128억원이 반영됐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에는 279억원이 투입된다.
소상공인 지원도 강화된다. 위기 소상공인의 재도전을 위한 희망리턴패키지는 4만7000건에서 5만5000건으로 확대되며 246억원이 추가 투입된다. 점포 철거비는 최대 600만원까지 지원된다.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추가 공급에는 약 2000억원이 반영됐고, 정책자금도 약 3000억원 규모로 확대된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석유화학 등 업계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대상이 3만8000명에서 4만8000명으로 확대되며 186억원이 추가 편성됐다. 체불임금 청산 대출 899억원, 저소득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316억원도 반영됐다. 지역 맞춤형 일자리 사업도 확대된다.
청년 지원에는 1조9000억원이 투입된다.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연 2회, 1만5000명을 대상으로 경진대회를 열고 300명에게 최대 1억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한다. 전용펀드 300억원과 저금리 대출 2000억원도 함께 제공된다.
청년 일자리 분야에서는 K-뉴딜 아카데미가 신설돼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10만5000명에서 13만5000명으로 확대되며 786억원이 추가 투입된다.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도 6만5000명으로 확대된다. 공익·가치창출형 일자리 2만3000개도 확충된다.
고물가 부담 완화 대책도 포함됐다.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는 800억원이, 문화 소비 진작에는 586억원이 배정됐다. 영화 600만명, 공연 50만명, 숙박 30만명, 휴가 7만명 등 대상별 할인 지원이 이뤄진다. 숙박 할인은 인구감소지역에 집중 배정되고 보조율도 최대 100%까지 상향된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경기 부양보다 에너지 가격 충격과 민생 불안을 흡수하는 방파제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엄중한 인식 아래 19일 만에 추경안을 마련했다”며 “고유가 충격이 민생 전반으로 확산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추경은 국민과 경제를 보호하는 견고한 제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원 대상을 소득 하위 70%까지 확대하면서 사실상 ‘준보편 지원’ 성격을 띠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 투입 규모가 큰 만큼 정책 효과와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용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