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인지장애는 치매라는 강을 건너기 전 마지막 보루”
“단기 RCT로만 평가 한계…RWD 등 다면적 근거 살펴야”
조광욱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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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광욱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 신경외과 교수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은지 기자. |
[헤럴드경제(의정부)=최은지 기자] “경도인지장애(MCI)는 치매라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전 마지막 보루입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국가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20년 넘게 뇌 질환 현장을 지켜온 조광욱 신경외과 교수(51)는 이렇게 말했다. 헤럴드경제는 최근 논란이 되는 ‘콜린알포세레이트(이하 콜린)’ 제제의 임상 재평가와 급여 축소에 대해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달 31일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조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 교수는 단순히 약효 유무를 넘어, 국가적 치매 관리 시스템의 공백을 우려했다.
우리나라는 2045년 고령 인구 비율이 40%에 육박하는 등 OECD 국가 중 고령화가 가장 빠르다. 국내 치매 환자는 2023년 약 100만명에서 2050년 226만명으로 증가하고, 이에 따른 국가 전체 비용은 10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경도인지장애(MCI)는 알츠하이머로 이행되기 직전 단계를 의미한다. 환자가 6~10년 내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시기 관리가 국가 재정 부담을 결정짓는 관건이다. 의학계는 인지 능력이 정상 범위에서 2 표준편차(SD) 이상 벗어나면 ‘치매’, 0.5~1 표준편차 저하된 상태를 ‘경도인지장애’로 진단한다.
조 교수는 “말기 치매는 치료약이 없기에, 조기에 진단해 진행을 늦추는 것이 임상적 포커스”라고 설명했다. 이 시기에 가장 흔히 처방되는 약물은 ‘콜린’ 제제다.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뇌 대사 기능 개선제’로, 현장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뇌 영양제’라고도 부른다. 조 교수는 “MCI 단계에서 쓸 수 있는 약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콜린 제제는 의사들이 효과를 확인해 온 몇 안 되는 무기”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최근 고령층에서 급증하는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이 치매 발생의 주요한 위험 요인임을 강조했다. 기저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은 뇌혈관 건강이 취약해 인지 기능 저하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치매에 대한 실존적 두려움을 가진 어르신들이 인지 기능의 미세한 변화에도 밤잠을 설칠 만큼 불안해하며 예방 약물을 간절히 찾으신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 활동이 중단된 은퇴 계층 환자들에게 급여 제한으로 인한 약값 상승은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적 장벽이 된다. 조 교수는 “본인부담률이 급격히 높아져 약값 부담이 커질 경우, 경제적 여유가 없는 어르신들은 의학적 상담이 가능한 병원을 떠나 검증되지 않은 유사건강보조식품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며 “이는 환자의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적절한 의료적 관리망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의료진으로서 매우 가슴 아픈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현재 급여의 척도가 되는 간이 인지 기능 검사(MMSE) 등이 초기 MCI 환자의 미세한 저하를 모두 담아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환자는 분명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끼지만, 단순 스크리닝 검사로는 정상 범위에 가깝게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신경외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등 관련 전문 진료과들이 협력하여 더욱 정밀한 진단과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콜린 제제에 대해 ‘효과 입증’을 이유로 임상 재평가를 추진 중이나, 의료계는 단일 무작위 대조 임상(RCT)에만 의존하는 방식에 우려를 표한다. 치매는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 질환임에도 대부분의 임상시험은 장기 관찰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10년 가까운 추적이 필요한데, 환자가 나빠질 것을 알면서도 대조군 설정을 위해 약을 주지 않는 것은 윤리적 딜레마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대신 실제 진료 현장을 반영하는 리얼월드데이터(RWD)와 장기 코호트 연구를 종합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실제로 이탈리아 ‘아스코알바(ASCOALVA)’ 연구 등은 MRI를 통해 해마 위축 감소를 확인하며 유효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조 교수는 “해외 연구에 의구심이 있다면 공공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의료진이 분석한 독립적인 연구 결과들을 정책의 근거로 적극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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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광욱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 신경외과 교수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은지 기자. |
의료 현장에서는 국가 정책이 ‘조기 발견’은 장려하면서 정작 ‘조기 치료’ 수단은 박탈하는 모순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조기 진단 체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사용할 수 있는 약제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급여권 밖으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보건소 등에서 MCI 판정을 받고 온 환자들에게 ‘약이 없다’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치료 가능성이 있는 약제들을 없애버리면 환자들은 비약물적 요법에만 의지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재정 절감을 이유로 치료 기회를 차단하기보다 최소한의 무기를 남겨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조 교수는 주관적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에 대한 예방적 투여를 ‘재정 낭비’가 아닌 ‘미래를 위한 소중한 투자’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선제적인 관리를 통해 치매 이행을 단 몇 년이라도 늦추는 것이, 향후 말기 치매 환자 돌봄에 들어갈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예방하는 가장 지혜로운 재정 관리 방안이라는 논리다.
그는 “당장의 약제비를 절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재정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예방의 골든타임’을 지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조 교수는 심사평가원 관계자들을 향해 따뜻한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국가 재정을 책임지는 정책 당국의 고충을 현장의 의료진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초고령사회라는 거대한 도전 앞에 재정 건전성과 환자의 치료 권리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전문의 중심의 정밀한 관리 체계를 통해 불필요한 처방은 스스로 자제하되 , 약값 상승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어르신들이 생기지 않도록 정책적인 배려를 부탁드린다”며 “국민의 건강한 노후를 위해 심평원과 의료계가 진정한 파트너로서 함께 고민해 나갔으면 한다”는 진심 어린 바람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