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지 못하면, 1956년 수에즈 운하 강제 개방을 꾀하다 영국이 세계 패권을 미국에 넘겨주게 된 것처럼 세계 패권을 잃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석유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글로벌 패권국의 기본 요건인데, 미국은 불필요한 전쟁을 일으켜 이를 스스로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맹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것도 미국의 패권국 지위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보다 신뢰할 수 있는 패권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1956년 10월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자, 영국은 이를 해제하고 운하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프랑스, 이스라엘과 함께 이집트에 대한 군사 작전을 벌였다. 이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 대통령은 군사 행동 중단을 요구하며 영국에 압박을 가했고, 미국의 고립 작전으로 인해 영국은 체면만 구기며 물러섰다. 이는 2차 세계대전으로 지쳐있던 영국이 미국 없이 단독 군사행동으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며, 세계 패권국 지위를 미국에 물려주는 계기가 됐다.
수에즈 운하는 인공적으로 개설한 운하이며, 한 국가 내에 온전히 들어가 있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자연 해협인 호르무즈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지 못하면 미국도 자연스럽게 세계 패권을 중국에 넘겨주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우세하다.
포르투갈의 전 유럽 사무국장 브루노 마사에스는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석유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은 글로벌 패권국의 기본 요건인데, 이를 미국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전능한 미국’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번 전쟁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보다 더 심각한 군사적 패배로 보인다”고 전했다.
NYT는 미국 상품과 글로벌 무역을 위해 해로를 개방하는 것은 아시아뿐 아니라 중동에서 미국이 가진 몇 안 되는 영구적 이익 중 하나인데, 해협 봉쇄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워싱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선임 연구원 스티븐 워트하임은 “이 지역 내 미국 군사력 주둔에 대한 전략적 근거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미국의 통치 질 저하”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들며 “전 세계 국가들이 품고 있는 ‘미국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우려를 가속화할 뿐”이라 말했다.
미국에 대한 동맹들의 신뢰가 깨진 것도 패권국 지위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 된다. 동맹국과 협의 없이 시작한 전쟁 중반에 동맹들의 협력을 요구했다가, 도움받지 못하자 보복을 예고하는 행태는 미국에 대한 신뢰와 영향력을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성공적인 협상가라면 자신이 협상의 조건을 지킬 것이라는 최소한의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며 “그러나 상호주의는 트럼프가 결코 이해하거나 실천한 적이 없는 덕목”이라고 꼬집었다. 퀸시 연구소의 아나톨 리벤은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무역의 핵심 지역에서 선택적 전쟁을 벌이고 최측근 동맹국 경제에 미칠 개연성 있는 결과를 완전히 무시함으로써 미국 권력의 정당성을 파괴했다”라고 주장했다.
뉴욕시립대학교 라잔 메논 명예교수는 장기적으로 중국이 이번 전쟁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미국이 한 국가를 석기시대로 되돌려놓겠다고 떠드는 동안, 중국은 평화 중재자이자 안정의 대리인처럼 비춰졌다”며, 이번 전쟁으로 미 해군이 어떻게 작전을 수행하는지도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도 중국이 챙긴 이점이라 지적했다. 메논 교수는 “중국은 매우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으며, 다음달 중순 정상회담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가면 그는 훨씬 위축된 상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날까지만 해도 미국이 이란과 합작법인을 세워 호르무즈 통행료를 관리하는 방안을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들에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이 있다”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좋다. 만약 그들이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면 지금 중단하는 게 좋을 것”이라 게시했다.


![[AP=연합 자료]](http://heraldk.com/wp-content/uploads/2026/04/제목-없음3-1024x60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