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개나 제안했는데”… 갈리바프, 미국 맹비난하며 ‘힘의 외교’ 선언

[EPA]

미국과의 종전 협상에서 이란 대표단을 이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미국의 신뢰 구축 실패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향후 정국의 책임을 미국 측에 넘겼다. 이란은 168개에 달하는 대규모 제안을 쏟아내며 주도권 쥐기에 나섰고, 군사적 대응과 외교전을 병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12일(현지시간) 이란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갈리바프 의장은 전날 미국과의 첫 협상을 마친 뒤 “우린 선의와 의지로 협상에 임했으나, 미국은 끝내 이란 대표단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은 무려 21시간 동안 치열하게 전개된 마라톤 협상이었다. 갈리바프 의장은 이란 대표단이 협상장에 168개에 달하는 ‘미래지향적 이니셔티브(제안)’를 들고 나섰다고 밝혔다.

전날 회담 도중 이란 현지 언론들이 “경제, 군사, 법률, 핵문제 등 분과 전문가들이 회담장에 합류했다”고 속보를 전한 것도 이 168개의 세부 제안을 다루기 위한 치밀한 포석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갈리바프 의장은 “미국은 우리의 논리와 원칙을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라며 “이제 우리가 미국을 신뢰하도록 행동할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정에 달렸다”고 강조하며 향후 협상의 공을 미국으로 넘겼다.

갈리바프 의장의 발언에는 미국을 향한 이란 특유의 뿌리 깊은 불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과거 두 차례의 전쟁 경험을 직접 언급하며 “협상 전부터 강조했듯, 과거의 뼈아픈 경험 탓에 우리는 상대방을 쉽게 신뢰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특히 그는 양보 없는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최근 40일간 이어진 이른바 ‘이란 국가 방위’ 체제의 성과를 언급하며, “우리는 이란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군사적 투쟁과 더불어 ‘힘의 외교’를 병행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협상장 밖에서는 무력시위나 군사적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이를 협상장 안에서의 외교적 지렛대로 삼겠다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끝으로 갈리바프 의장은 “21시간 동안 이어진 치열한 협상 내내 국민의 기도와 지지가 큰 힘이 됐다”며 “번영하는 이란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덧붙이며 내부 결속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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