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4역’ 방송인 유미옥씨 스킨케어클리닉과 난타공연 홍보에 열성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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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스피치 아카데미 원장,무역회사 대표, 스킨케어 클리닉 원장, 이벤트 기획사 대표….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어떤 광고문구의 성차별적 표현을 끌어다 쓰려니 어째 상투적이다. 차라리 ‘누구나 변해야 한다’라고 뻔해서 오히려 신선한 전제가 낫겠다.

방송인이자 사업가인 유미옥씨를 만났을 때 문득 떠오르는 느낌이 그렇다.

방송경력 30년째 세월을 보내는 가운데 유씨는 최근 고품질 화장품으로 주가 높은 스위스산 ‘유랩(U-Lab)’과 피부관리 전문 ‘올리&데이브 레이저 클리닉’, 그리고 이벤트기획사 ‘M프로덕션’을 오가며 다루는 사업으로 몸이 열이라도 모자랄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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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문길에 우연히 사용해봤다가 그 효능에 깜짝 놀라 미국총판사업에 팔을 걷어부치게 된 유랩은 2년여만에 유럽제품 전문 매장 ‘로랜드’에 입점하며 안정적인 비즈니스로 자리잡고 있다. 명품브랜드를 뛰어넘는 품질이지만 마케팅과 포장,디자인의 거품을 뺀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하는 유랩 화장품을 보다 직접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차린 올리&데이브 레이저 클리닉은 얼마전 개원 1주년을 맞아 기념 프로모션이 한창이다.

지난 3월 30일 LA다운타운 라이브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이문세 콘서트’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5천여명의 ‘유료 관객’을 동원하는 빅히트로 커뮤니티를 놀라게 했다. 이문세 콘서트는 다름 아닌 유씨가 차린 기획사 M프로덕션의 첫번째 이벤트였다. 첫 타석에서 만루홈런을 친 셈이다. 남가주에 수두룩한 카지노들이 거의 매달 한국 가수들을 초청해 무료 티켓을 뿌려대는 바람에 커뮤니티의 콘서트 사업은 ‘레드오션’에 빠진 지 오래였다. 그런 상황에서 대박 난 이문세 콘서트로 유씨의 기획력은 거듭 재평가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고무돼 동력을 얻은 유씨의 두번째 공연은 ‘난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총연출을 맡아 호평받은 배우겸 연출가 송승환씨가 1997년 창작한 ‘난타’는 사물놀이를 응용한 ‘대사없는 공연(Non-Verbal Performance)’의 대표작이다. 전세계 51개국 290개 도시에서 1천 63만명이 관람했다는 ‘난타’는 오는 12월 14,15일 이틀 동안 LA한인타운 윌셔이벨극장 무대에 올려진다.

LA한인사회에서 유씨는 뭐니뭐니해도 ‘라디오 스타’이다. 1990년대 중반 라디오코리아의 간판 아침뉴스 앵커로서, 또 인기절정의 프로그램이던 ‘여성살롱’의 진행자로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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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옥 대표가 올리&데이브 레이저 클리닉 원장실에서 상담하고 있다.

1988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해 4년여 활동하다 유학길에 올랐다가 눌러 앉아 라디오코리아의 저녁뉴스와 심야음악 프로그램 ‘밤의 플랫폼’ 진행자로 이민생활을 시작, 단숨에 로컬 라디오 방송계의 파워우먼으로 정위치할 만큼 목소리의 내공이 깊었다.

아들의 발표솜씨가 걱정스러워 ‘아나운서 엄마’의 마음으로 스피치 요령을 가르쳤더니 프리젠테이션에서 단숨에 ‘A’를 받아왔다고 한다. 그런 일상의 기쁨이 다른 학부모에게 옮겨가 순식간에 여러 이웃의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사업화한 게 ‘유미옥 스피치 아카데미’였다. 2006년에 문을 열어 2016년까지 운영했다. 방학 중에는 8천 스퀘어피트에 달하는 학원에 200여명의 학생과 28명의 강사가 북적거릴 정도로 성업했다. 비즈니스 상담 등에서 화술개발이 필요했던 성인 수강생도 제법 발길을 들여놓을 정도였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수강생이 반토막나는 어려움을 맞기도 했지만 스피치 아카데미를 접은 결정적인 계기는 건강 탓이었다.

“2015년 10월이었지요. LA센추리시티의 쇼핑몰에 조카와 나들이 나갔다가 갑자기 쓰러졌어요. 911을 불러 응급실에 실려가 검진을 받았더니 자궁암이었어요.”

그해 연말 수술을 받았고, 항암치료는 1년반 동안 이어졌다. 학원 운영을 포기하고 방송활동도 줄였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완치판정까지는 아직 더 기다려봐야 하지만 요즘 유씨의 건강상태는 안정적으로 회복된 수준이다. 유랩 총판업과 데이브&올리브 레이저클리닉, M프로덕션을 잇따라 손대며 비즈니스에 열정을 쏟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4장의 명함 가운데 하나만 고르라면 어떤 거냐고 물었더니 주저없이 ‘방송인 유미옥’이다. 요즘 매주 토,일요일 라디오코리아의 주말 프로그램 ‘행복한 아침’에서 마이크를 잡는 일의 열정은 식을 수가 없다고 한다.

“여러가지 일을 하는 건 변화를 즐기기 때문이지 변신이라는 표현은 좀 안맞아요. 인생은 짧고 할 일은 많잖아요?”

황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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