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스쿨 욱일기 문양 벽화 제거 ‘보류’

한인 커뮤니티 지적에 지우기로 했다가 일부 작가 반발로 중단한 듯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 있는 공립학교인 로버트 F.케네디 커뮤니티스쿨 체육관 외벽에 그려진 욱일기 문양 벽화. LA통합교육구는 한인 커뮤니티 건의를 받아들여 벽화를 철거하기로 했다.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 있는 공립학교인 로버트 F.케네디 커뮤니티스쿨 체육관 외벽에 그려진 욱일기 문양 벽화. LA통합교육구는 한인 커뮤니티 건의를 받아들여 벽화를 철거하기로 했다.

로스앤젤레스(LA) 코리아타운 소재 공립학교 케네디 스쿨의 외벽에 그려진 ‘욱일기’ 문양 벽화를 한인 커뮤니티의 노력에 의해 지우기로 했으나 주류사회 일부 예술가들의 반발로 제거 결정이 보류됐다.

18일(현지시간) LA타임스에 따르면 로버트 F.케네디 공립학교를 관할하는 LA통합교육구(LAUSD) 측은 최근 “광범위한 견해가 있는 만큼 추가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해당 벽화에 대해 즉각적인 조처를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가 된 벽화는 2016년 이 학교 벽화 축제 때 화가 뷰 스탠튼이 체육관 외벽에 그린 것이다. 할리우드 배우 에바 가드너와 앰배서더호텔 팜트리(야자나무)를 중간에 놓고 주변을 욱일기 형태의 광채로 표현한 것이다.

스탠튼은 자신의 그림이 욱일기 문양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욱일기는 제국주의 일본군이 사용하던 깃발로 침략전쟁과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돼왔다.

앞서 LAUSD의 한인타운 담당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교육감(슈퍼인텐던트)은 지난 6일 로버트 F.케네디 스쿨 도서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한인 커뮤니티의 지적에 공감하고 지역사회와 학교를 보호하기 위해 그동안 논란이 있던 벽화를 겨울방학 기간에 걸쳐 삭제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르티네스 교육감은 “역사의 교훈을 인식하고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는 한인 커뮤니티의 견해에 공감한다”라고 말했다.  LA 한인사회에서는 그동안 한인 학생들도 많이 다니는 공립학교 건물 외벽에 욱일기 문양의 벽화가 그려진 데 대해 공분을 표출해왔다.

벽화 제거 작업을 추진해온 윌셔 커뮤니티연합의 정찬용 회장은 “미국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만, 증오를 부추기는 자유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일제 식민의 역사, 제국주의 미명 하에 자행된 일본군 성노예 만행 등을 연상하게 하는 욱일기 문양을 철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 벽화는 한인타운 중심가인 8가에서 바라보면 학교 건물 사이로 욱일기의 붉은 문양이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형태로 보인다.

그러나 이후 LA타임스에는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며 벽화 제거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기고문 등이 올라왔다. 유명 벽화 작가인 셰퍼드 페얼리는 스탠튼의 벽화를 지우면 같은 학교에 그려진 자신의 로버트 케네디 벽화도 항의 차원에서 지우겠다며 반발했다.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학교 건물의 욱일기 문양 벽화는 예술적 표현의 자유에 앞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일본제국주의의 피해자인 한국 뿐 아니라 태평양전쟁으로 희생을 치른 미국 사회도 관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거세다.

정찬용 변호사는 “나치 문양은 물론 그 비슷한 모양도 허용하지 않는 미국 등 서구국가들의 사례에 비춰볼 때 작가의 표현의도와 무관하게 욱일기를 떠올리게 하는 문양이라면 이 또한 허용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황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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