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물 가격 놓고 셀러-브로커 갈등 잦다

주택 가격 인하  (1)#지난해 말 주택 매매를 결정한 한인 양모씨는 브로커를 통해 받아든 오퍼에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당초 리스팅 가격에 미치기는 커녕 무려 몇만달러나 적은 오퍼만 연일 들어오는 탓이다. 한 씨는 “자녀 대학 진학 후 집을 줄이고 여기서 생기는 웃돈을 은퇴자금에 돌리기 위해 시장에 내놨는데 골치거리만 늘었다”라며 “브로커가 약속에 비해 훨씬 낮은 금액만을 받아오고 있어 주택 판매 계획을 취소하거나 리스팅 계약을 취소하고 보다 유능한 브로커를 고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예상을 밑도는 판매 가격을 놓고 셀러와 브로커간의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 포털 ‘질로우’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미국에서 거래된 주택 중 리스팅 가격에 비해 높게 팔린 주택은 19%에 불과했다. 전월 대비 2%포인트 내린 수치로 월별 감소폭 기준으로는 지난 2012년 이래 최대치다. LA의 경우 이 비율이 약 26.3%로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초 40%에 비하면 무려 14% 포인트 이상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한마디로 10명 중 2~3명을 제외하면 당초 목표보다 낮은 금액을 받게 되는 셈이다.

최근 집값이 셀러의 기대치에 못미치는 것은 브로커의 능력부족이라기 보다 지난해 중순을 기해 급변한 시장 상황에서 찾아야 한다. 시장에 유입되는 같은 가격대 매물이 증가한데다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였고 이것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바이어가 있다해도 예전처럼 프리미엄을 붙여서라도 경쟁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카운터 오퍼는 커녕 당초 원하던 가격을 고집하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문제는 상당수의 셀러가 가격 하락의 원인을 시장 상황보다는 브로커의 능력부족으로 돌리는 데 있다. 앞서 언급한 셀러 양씨의 브로커는 “리스팅 가격은 결국 셀러가 정하는 것이다. 브로커의 입장에서 현실적인 선을 제시해도 셀러의 기대치에 못미치면 리스팅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양씨의 집도 권고 가격보다 높게 시장에 나왔다”라며 “시장 상황이 좋아 리스팅 가격을 그대로 받을 수 있는 시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요즘처럼 오퍼가 기대치에 못미치면 마치 브로커가 능력이 없어 적당한 집값을 못받았다는 원망을 듣기 일쑤다. 리스팅을 받고 그 집을 팔아야 커미션을 챙기는 브로커의 입장에서는 고객의 요구를 어느 정도 맞출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한숨지었다.

브로커의 능력은 집값을 높게 받는 것 보다는 빠른 시간내에 합리적인 가격에 처분하는 것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물론 스테이징(판매를 위해 집을 꾸미는 것)이나 화술 등에 따라 가격을 조금 높게 받을 수는 있지만 집값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원인은 시장상황과 해당 주택의 로케이션에 달려 있다.

하지만 셀러의 상당수는 브로커가 집값을 리스팅 가격 보다 더 올려 받아야만 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할 뿐 아니라 리스팅 과정에서 이뤄진 결정은 브로커가 내린 것으로 자신의 책임은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특히 리스팅 매물 상당수가 판매 주체 및 형식과 무관하게 리스팅 브로커에게 커미션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돼 있어 집값을 내릴 수록 커미션이 더욱 아깝게 여겨지는 것이다. 이에 일부 셀러들은 아예 판매가가 낮아지면 커미션을 더 내려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형 한인 부동산 브러커지의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부터 소속 브로커(에이전트)가 판매 가격을 놓고 고객과 갈등을 겪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어 내부적으로 이와 관련한 논의를 자주하면서 고객 대응을 위한 교육 시간도 늘리고 있다”라며 “원하는 값을 받기 원하는 고객의 입장도 잘 알고 있지만 리스팅 가격이 내릴 수록 브로커의 커미션도 줄어드는 만큼 모든 에이전트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셀러들이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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