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의 마법이 통한걸까. 영화 ‘알라딘’(가이 리치 감독)이 ‘기생충’을 제치고 며칠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이다. 23일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한국 영화 ‘악인전’에 밀려 2위를 차지했고, 일주일 후에는 ‘기생충’(5월 30일 개봉)이 개봉하면서 계속해 줄곧 2위에서 3위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알라딘’의 흥행 불길은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기생충’의 800만 돌파 시기를 기점으로 두 영화의 박스오피스 순위는 뒤바뀌었다. 6월 셋째주 평일부터 일일 관객수 격차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고, ‘알라딘’의 실시간 예매율이 1위를 찍었다. 결국 주말의 정점인 지난 15일 ‘알라딘’이 ‘기생충’을 이기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탈환했다.
‘알라딘’의 뒷심 발휘는 일단 여러 외부적 요인이 있어 가능했다. 기대를 모았던 외화 경쟁작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이나 ‘엑스맨: 다크 피닉스’가 생각보다 큰 반향을 얻지 못하면서 ‘알라딘’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됐다. 그 뿐 아니라 우리나라 영화 최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탄 ‘기생충’ 역시 800만 관객을 동원으로 흥행에 정점을 찍은 이후 그 기세가 한 풀 꺾였다.
이처럼 유리한 상황 속에서 ‘알라딘’ 콘텐츠 자체의 매력이 제대로 발산됐다. ‘알라딘’은 1993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실사 영화로 개봉 전부터 주목 받았다. 실사 버전은 최근 할리우드의 화두인 화이트 워싱이나 페미니즘 이슈를 감안해 다국적, 다인종 캐스팅 진행했는가 하면, 남녀 주인공 캐릭터의 성격과 결말을 변화시키는 등 동시대적 감수성에 발맞춰 공감대를 높였다.
우리나라 관객들의 음악 영화 사랑도 한몫했다. 지난해 ‘보헤미안 랩소디’가 천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한 것에서 볼 수 있듯 한국 관객들은 음악 영화를 사랑한다. ‘비긴 어게인’이나 ‘라라랜드’ 뿐 아니라 디즈니의 ‘겨울왕국’ 같은 뮤지컬 애니메이션도 음악 영화의 범주에서 국내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20~30대 관객들은 유년기 ‘알라딘’ 애니메이션을 한번쯤 봤을 가능성이 높고, 몇몇 곡들은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어도 귀에 익숙한 곡들이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향수가 있는 만큼, 실사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다. 2017년 개봉해 513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미녀와 야수’ 역시 비슷한 케이스로 흥행에 성공했다.
몇 년 사이 다양한 상영 방식이 발전, 점차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 역시 ‘알라딘’의 흥행에 도움이 됐다. 특히 4DX 상영은 실사 ‘알라딘’을 가장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알라딘’에 등장하는 각종 마법의 효과를 실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4DX 모션 체어 상영에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보는 ‘싱어롱 상영’을 더한 일명 ‘댄스어롱’ 상영 이벤트가 기획됐는데, 참여한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고 4DX 상영 확장에도 영향을 줬다는 후문이다. 영화 관람의 가치가 보는 것 뿐 아니라 체험하는 것으로도 확장되면서 새로운 상영 방식이 보다 많은 관객을 유입할 수 있는 창구가 돼주고 있다.
영화 홍보사 호호호비치 이채현 대표는 뉴스1에 “개봉 후부터 정성화 더빙 배우 라디오 홍보 및 영화의 입소문이 될 만한 매력 포인트 공개, 4DX 싱어롱 상영회까지 관객참여형 마케팅에 집중했다”면서 “‘알라딘’의 전체 관객수의 1/20은 4DX 관객들이 차지했다. ‘알라딘’의 4DX는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이어 최고 관객수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천만 영화 ‘신과함께’시리즈와 ‘부산행’ 4DX 흥행 기록도 모두 뛰어넘었다”고 설명했다.
‘알라딘’은 지난 18일까지 누적관객수 558만 9586명을 동원했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늦어도 이번주 주말까지 뮤지컬 영화 신기록을 세우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채현 대표는 “‘알라딘’은 역대 뮤지컬 흥행 2위 ‘레미제라블’의 기록 598만명을 넘고 600만 명을 넘어갈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한다”면서 “디즈니 영화중에서 600만 이상 돌파영화는 현재 ‘겨울왕국’ 뿐이기에 의미있는 흥행 행보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전망을 밝혔다.(뉴스1) LA 지역 LA CGV상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