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 ‘멜로가 체질’은 얼핏 책으로 연애를 배운 사람이 쓰는 대사 같지만 이병헌 감독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30대 청춘일기다.
“과거를 돌아보지도, 미래를 걱정하지도 말고, 라면이 먹고 싶은 당장의 위기에 집중하자.” 처럼 다 자란 것 같지만, 아직도 성장중인 30대들의 솔직한 감정들을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 이 시기를 겪고 있거나 지나온 모든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지난 주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극본 이병헌, 김영영, 연출 이병헌, 김혜영, 제작 삼화네트웍스)의 서른 동갑내기 세 친구 임진주(천우희), 이은정(전여빈), 황한주(한지은)의 이야기가 베일을 벗었다.
방송 직후 인터넷 게시판과 SNS 등에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한 댓글은 모두 ‘공감’과 관련돼있었다. ‘재밌게 보다가 울고 있는 나를 발견 했다’, ‘주옥같은 대사들, 자꾸만 곱씹게 된다’, ‘웃겼다가, 울렸다가. 나도 모르게 세 주인공에게 정이 들었다’ 등의 반응이 줄을 이은 것.
이병헌 감독의 맛깔 나는 대사가 주는 웃음을 기대했다가 만나게 된 청춘의 감성은 이러한 공감의 바탕이 됐다. 특히 한집 살이의 계기가 된 은정의 에피소드는 눈물샘까지 자극하기도.
뜨겁게 사랑했던 연인 홍대(한준우)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결국 좋지 않은 선택까지 하게 된 은정. 이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진주와 한주가 연신 “미안해”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고, 은정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기로 했다.
다짜고짜 찾아와 라면을 끓여 먹는 진주와 “나 휴가 여기서 보내려고”라며 아들 인국(설우형)까지 데리고 와 은정의 집에 짐을 푼 한주. 겉으로는 월세 절감과 육아 분담을 위해 그녀의 집에 눌러앉은 듯 보였지만,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던 친구를 그냥 지켜볼 수 없었던 이들의 마음은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이렇듯 서로를 의지하며 성장해 나가는 서른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 ‘멜로가 체질’. 구질구질한 연애를 끝내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진주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견뎌내고 있는 은정도, 육아와 일에 치여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한주도 모두 서로가 있기에 작은 보폭으로나마 한 발자국씩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감성 타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기보단, 라면이 먹고 싶은 당장의 위기에 집중하는 것”, “그냥 그 정도의 설렘을 느끼고, 이 정도의 위기에 몇 번쯤은 져도 무관한 행복한 인생이 되길 바라는 것” 등을 알게 된 이들은 또 어떤 청춘 일기를 쓰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