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캐나다·영국·호주 등 해외 거주 중국인 ‘반홍콩 친중시위’ 잇따라 펼쳐
캐나다에선 중국인 60명 홍콩 시위대 기도 교회 둘러싸고 시위
친중시위 뒤에 중국 정부의 조정 있을 것…배후 의혹 제기
홍콩의 범죄인인도법(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에 맞서 해외거주 중국인들의 친중(親中) 시위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뿐 아니라 영국의 런던,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와 호주 시드니, 멜버른 등에서 친중 세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들의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지 않냐는 의혹도 제기되는 모습이다. 중국 최대 e커머서 업체 알리바바도 홍콩 정치 불안을 이유로 홍콩 상장 계획을 연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친중 시위대들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캐나다 벤쿠버에서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 반발하고 있다.[AP=헤럴드경제] |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캐나다 벤쿠버에서는 60여명의 친중 세력이 홍콩 시위대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를 둘러싸고 시위를 펼쳤으며, 토론토에선 컨버터블 자동차를 타고 시끄러운 엔진 소리와 함께 중국 국기를 흔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또 영국 에딘버러에선 베이징을 지지하는 중국인들이 대만의 유행가를 인용해 ‘홍콩은 어머니 말을 들어라’는 노래를 목소리 높여 불렀다. 여기서 어머니는 중국 공산당을 뜻한다.
해외에서 애국심을 표출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은 그리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과거와 현저하게 차이날 정도로 친중 시위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WSJ이 전했다. 홍콩에서의 반중 시위가 격화될수록 해외에서의 친중 시위도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이들 해외 친중 시위 세력의 배후에 중국 정부의 지시 등이 있지 않냐는 의혹도 여러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뉴욕에서 홍콩 시위대 지지활동을 펼치고 있는 안나 청 씨는 “지난주 현장 시위를 앞두고 폭행 위협이 있었다”며, “이것은 우연이 아니며, 여러 도시에서 우리를 위협하기 위한 노력의 배후에 일정한 체계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최근 호주에선 시위대 간의 충돌이 발생한 가운데 친중세력의 맞불 집회가 중국 외교부에 의해 계획된 것인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호주의 한 관료는 “이번 시위가 중국 관료의 지지에 의해 조직되었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과거에도 그러한 사실이 있었다”고 전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최근 홍콩의 반정부 시위를 약화시키기 위한 친중 세력의 계좌를 폐쇄하면서 중국을 홍콩 시위 관련 거짓 정보의 원천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구글도 22일(현지시간) 홍콩 시위대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200개 유튜브 채널을 폐쇄했다고 CNBC방송이 전했다.
해외 친중 시위의 배후와 관련한 질문에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모든 중국인과 홍콩인들은 홍콩에서의 혼란과 폭력이 중단되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이는 14억 중국인들의 집단적 의지”라며, “14억명에 이르는 의지가 조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라고 되물었다.
해외에서 시위를 펼치는 친중 세력들은 독립을 원하는 홍콩의 시위대가 미국의 숨은 조력에 의해 움직이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 유학하고 있는 한 중국 학생은 “해외의 중국인 학생으로서, 조국의 단결을 확고히 지키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우리는 분리주의자들의 행동과 끝까지 싸울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홍콩 상장을 앞두고 있던 알리바바 그룹이 홍콩 시장의 불안정성과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고 알리바바 관계자 말을 인용해 WSJ이 전했다.
이번 결정의 배경과 관련해선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인 알리바바가 홍콩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장하는 것이 좋지 않게 비춰질 것에 대한 경영진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는 분석이 제기됐다.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