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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보다 좋은 조건이라…”
얼마 전 가주 의회를 통과해 게빈 뉴섬 주지사의 최종 서명만을 기다리고 있는 ‘연간 렌트 인상률 상한선 도입 법안(AB 1482)’을 지지한 한 대형 아파트 소유주의 반응이다.
AB 1482는 가주 주정부가 렌트비 인상 상한선을 소비자 물가지수(CPI)와 연동해 연간 5%+CPI 이상으로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의 평균 소비자 물가지수가 연 2.5% 수준임을 감안할 때 최대 인상률(연간)은 7.5%를 넘기지 못하게 된다.
얼핏 보면 렌트비 인상을 제한하는 조항에 아파트 소유주가 찬성한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가주 아파트 소유주 연합(CAA)은 물론 투자그룹 CEO 등이 포함된 경제단체 CBR 등도 AB 1482를 지지하고 있다. 불과 1년전까지 렌트컨트롤 도입 반대를 외치며 물밑 로비를 진행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아파트 소유주와 투자그룹 관계자들이 AB1482를 반기고 나선 것은 크게 2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AB1482는 한때 논의되던 공실률에 따른 추가 세금 조항이 제외됐다.
마이크 보닌 LA 시의원(11지구) 등이 주장해온 ‘공실 벌금(empty homes penalty)’ 을 적용하면 아파트 소유주 등은 비어 있는 유닛별에 따른 추가 세금을 내야 하는데 AB 1482는 이 추가 세금 조항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또 ‘코스타-호킨스법’과 ‘렌트 컨트롤’ 규제를 최신 건물까지 확대하자는 내용이 사라진 것도 AB 1482를 지지하는 큰 이유다.
코스타 호킨스 법이란 건물주들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법으로 1995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의 렌트비 인상폭을 제한할 수 없게 할 뿐 아니라 렌트컨트롤 조례를 적용 받는 건물주의 아파트, 콘도, 타운홈 등에 기존 테넌트가 이사를 가거나 퇴거를 당하면 렌트비를 현 시장 가격으로 대폭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렌트비 인상폭 제한을 코스타 호킨스 법 유지와 맞바꾼 셈이다. 부동산 경제학자들이 AB1482가 건물주에게 유리한 규정을 곳곳에 숨겨두고 있다고 말한 이유다.
‘렌트 컨트롤’ 규제를 최신 건물까지 확대하자는 내용 역시 AB 1482에 포함되지 않은 조항이다. 렌트 컨트롤 제외 대상인 신규 아파트를 기존 10년 이내 건물을 15년으로 늘린 것도 건물주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기여했다. 특히 럭셔리 아파트 건설에 올인 하고 있는 대형 투자자들의 경우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이 AB 1482와 무관해 법안을 받아들여도 큰 손해가 없다.
이밖에 렌트 인상폭이 제한되지만 렌트비 안정에 따라 공실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낮아진 것도 대형 아파트 소유주들이 AB 1482를 지지하게 된 이유가 됐다. 한 건물주는 “아무래도 렌트비를 올리면 수익을 더 낼 수 있지만 그만큼 공실에 대한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변수가 많다”며 “하지만 렌트비 수익 상승분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공실률이 안정되면 비슷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AB 1482에 적극 반대하는 것은 소형 렌트 매물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들이다. 이들 개인 투자자들은 대다수 연식이 오래된 즉 렌트컨트롤 강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매물을 보유하고 있다.
렌트컨트롤 대상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가 최근 입주자들에게 최대폭의 렌트비 인상 통지를 하는 것도 AB 1482 도입 때문이다.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렌트컨트롤 대상인 소형 아파트를 소유한 한 투자자는 “결국 손해는 힘 없는 사람만 보게 되는 법”이라며 “입주자 입장에서는 건물주가 갑질을 한다고 볼 수 있지만 소형 건물주 대부분은 평생 모은 돈에 대출까지 얹어 겨우겨우 건물을 산 사람들이다. 생각만큼 부자도 아니고 건물을 매입할 당시 가격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수익도 크지 않다. 수익이 더 높아지지 않으면 감가 상각 등을 고려할 때 건물 보유가 큰 자산이 될 지 자신이 없다”고 한숨지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