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개최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각본상과 국제극영화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비영어권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고상에 해당되는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새 역사를 쓴 여운이 가시지 않았던 10일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서 만난 교민들도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의 수상 소식을 자랑스러워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30년 이상 거주했다는 교민 미셸씨는 “같은 한국사람으로서 너무 자랑스럽다. 아카데미 멤버들이 오픈 마인드를 갖고 왔고 새로운 변화를 보여줘서 너무 기쁘다. 국제적으로 인터내셔널한 영화들이 미국에 더 많이 들어올 것 같고 더 많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고 전했다.
미셸씨는 “봉 감독이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사회에 대해 탐구하고 연구해온 것을 영화적으로 잘 표현해줬는데 그걸 많은 사람들이 알아줘서 기쁘다. 교민으로서 한국인이 여기서 두각을 나타내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줘서 기쁘기도 하다”며 “(영화를) 봤는데 또 보러왔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현지 친구들은 ‘기생충’을 반은 봤고 반은 안 봤다.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았으니 한국사람으로서 의무적으로 더 보고 자녀들에게도 말해주고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까지 밟고 로스앤젤레스에서 2년째 거주 중이라고 소개한 몽골인 오돈구아씨는 ‘기생충’의 수상 소식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아들도 한국에서 영상영화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본인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감독의 나라에서 공부하고 있어 감동받았다고 하더라”며 “비영어권 영화로 봉준호 감독이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을 받아서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재차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한국영화에 대한 현지 반응에 대해서는 “한국은 영화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잘 해내고 있다. 작품성이 너무 좋다”며 “로스앤젤레스 CGV에 가면 관객들이 대부분 외국인들이다. 모두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또 그는 “이번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이 한국의 국격을 높인 것 같다”며 “앞으로 한국영화가 전 세계 영화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개인적으로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다른 한 교민은 “언론에서 정말 많이 다루고 있는데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우리도 똑같이 느낀다. 우리도 너무 기쁘다”고 말했고, 다른 교민은 “사실 영화에 관심이 없어서 상을 받은 줄 몰랐는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을 했다면 대단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취재를 왔냐”며 먼저 관심을 드러내기도 한 교민은 “아카데미에서 수상해서 ‘기생충’을 또 보러 왔다. 자랑스러운 마음”이라며 재관람에도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관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였다.(LA=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