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천재’ 양후보 “경선 이길 가능성 없다”
백악관 입성을 노리던 대만계 미국인 기업가 앤드류 양(45)이 1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물러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 후보는 뉴햄프셔주에서 진행된 프라이머리 경선에서 2회 연속 예상을 밑도는 지지율을 보이자 이날 사퇴 결정을 내렸다.
양 후보는 앞선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지지율이 1%만 나왔고, 뉴햄프셔 대선후보 경선 개표에서도 12% 가량 진행된 이날 오후 8시 기준으로 지지율이 3%에 그치며 6위를 기록 중이었다.
양 후보는 “나는 숫자에 예민한 사람”(I am a numbers guy)이라며 “이 수치를 볼 때, 우리가 승리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에게 의미 없는 기부금을 계속 받을 수는 없다”며 후보 사퇴 선언 이유를 밝혔다.
그는 아쉬움을 달래며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정말 고마워, 뉴햄프셔”라며 “여러분들의 후보가 되었던 것은 내 인생의 특권이었다”고 응답했다.
지지자들은 다음 대선이 열리는 “2024년!”을 계속 외쳤다. 그는 사퇴 후 뉴욕시장 선거 출마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며 향후 정계 복귀 여지를 남겼다.
대만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아이비리그의 브라운대와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한 양 후보는 아시아계 최초로 미국 대통령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그의 야망은 경선 초기에 수포로 돌아갔다.
양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 중 공직을 거치지 않은 유일한 기업가였다. 또한 소수 인종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선거운동에서 18세 이상이면 직업과 소득에 상관 없이 모든 미국인에게 보편적 기본소득(UBI)으로 매월 1000달러씩 지급하겠다고 제안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수많은 일자리를 파괴하고 그 결과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길을 열어준 자동화라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 같은 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개인의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얻었음에도 거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IT 회사들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지자들은 양 후보가 내놓은 미국의 문제 진단에 끌렸다며 “그것이 일반 정치인의 연설보다 훨씬 더 반향이 컸다”고 말했다.
그의 기본소득 제공에 매료된 헌신적인 추종자들은 스스로를 “양갱”(Yang Gang)이라고 부르며 그를 응원하기도 했다.
양 후보는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자이며 수학 천재라고 불이는 것도 좋아했다. 종종 더 열심히 생각하는 미국 만들기(Make America Think Harder)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그 약자인 ‘MATH’(‘수학’이라는 뜻도 있다)라는 글자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레이스는 일단 멈췄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양 후보가 이념적 스펙트럼을 초월해 부동층을 유인하고 긍정과 재치로 정치 무관심층에게도 호기심을 자아낸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뉴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