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코로나로 재고 넘쳐…내국인 판매 허용해달라”

9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공항 이용객이 급감해 면세구역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면세점 업계가 창고에 쌓여 있는 면세품 재고를 한시적으로 내국인에게 판매하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해 재고 부담이 커지자 면세점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면세점업의 특성상 면세 혜택을 받은 제품은 시중으로 유통되지 못하며, 팔지 못한 상품은 전부 폐기·소각해야 한다.

16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데·신라·신세계·현대·HDC신라 등 국내 주요 면세점 사업자와 한국면세점협회, 관세청 관계자들은 지난 7일 회의를 열고 ‘보세물품 판매에 관한 주요 의견 사항’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면세점 업계는 재고를 처리할 수 있도록 보세물품 판매 규정을 완화해 달라고 관세청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업계가 관세청에 요구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재고 면세품을 통관을 거쳐 내국인에게도 팔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유행이 지나 처리가 어려운 3년 이상 된 재고가 대상이다. 통관 과정이 까다로운 식품·화장품은 제외하고 패션·잡화·시계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면세점 업계는 중국인 보따리상 등 해외 관광객이 면세품을 구입해 국제우편 등을 통해 해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같은 요구는 코로나19 여파로 면세점 매출이 거의 ‘제로(0)’에 수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의 2월 매출은 1조1025억원으로 전달 대비 45.5% 감소했다. 3월에는 이보다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데다 국제선 여객 수가 90% 넘게 급감한 탓이다. 면세점들은 코로나19로 경영난이 심화되자 무기한 휴점에 들어간 상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일부 공항 면세구역은 출국객이 ‘제로(0)’인 날도 있을 만큼 매출이 바닥”이라며 “정부가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 물품을 내국인에게 팔 수 있게 허용해주면 조금이라도 매출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업계가 재고 면세품의 국내 유통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면세점들은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이후에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관세청도 면세업계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 관계자는 “면세업계의 요구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면세품 재고를 국내에 유통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기 때문에 관련 절차까지 면밀히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dodo@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