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에게 전화를 건 투자자는 홍콩의 주민으로 평소 친분이 있던 중국계 미국인에게 소개를 받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A씨에 따르면 홍콩인 투자자가 지난해부터 미국 투자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며 해외 계좌 개설과 홍콩 달러의 해외 송금을 위한 필요 조건 그리고 미국 금융 및 부동산 상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문의했다.
홍콩인들의 미국투자 문의는 홍콩이 중국정부가 이른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한 지난달부터 급증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이 홍콩의 경제·통상 부문 특별 지위를 박탈해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위치가 추락하고,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자유와 인권 등에 제한이 가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지면서 홍콩을 떠나려는 시민들이 늘어났고 이민을 위한 첫 단계로 해외 은행으로 자산 이체가 필요해 진 것이다.
A씨는 “문화가 비슷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대만이나 싱가폴 그리고 상대적으로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때문에 이민을 위한 법적 절차가 간소한 영국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자녀 교육 및 생활 여건 그리고 달러의 안전성 등을 고려, 미국을 택하려는 홍콩 시민도 많다”라며 “특히 금융권과 무역업에 종사하는 홍콩 주민일 수록 미국과 캐나다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이들 홍콩 주민들은 중국 정부가 자산의 해외 반출을 막을 것에 대비해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해외 투자를 명목으로 자산을 송금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미국내 중국계 은행은 물론 HSBC나 시티그룹 등 미 대형은행 역시 해외 계좌 개설을 문의하는 홍콩인의 비율이 홍콩국가보안법 제정발표 이전 대비 최소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홍콩인들의 해외 자산 반출은 미주 한인은행들에게도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해외 이주를 원하는 홍콩인들 대다수가 미화 수백만 달러 이상의 자산가여서 이들을 고객으로 유치할 경우 예금은 물론 대출 그리고 각종 연관 상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