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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 19에 따른 근무시간 조정으로 수입이 크게 감소한 최 모씨. 어쩔 수 없이 은행 계좌에 잔고가 부족하다는 걸 알면서도 생필품을 구입해야 했다.
최 씨는 “수입이 줄고 아내는 아예 실직해 초과 인출인 줄 알면서 일단 물건을 샀다. 당장 은행으로부터 일부 수수료를 면제 받았지만 결국 남은 금액은 미뤄졌을 뿐 납부해야 할텐데 걱정”이라며 한숨지었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은행이 고객에게 부과하는 초과 인출 (Over Draft Fee)등 각종 수수료가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은 초과 인출 수수료로 보통 건당 30~35달러를 부과하고 있다. 은행들이 초과 인출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소비자가 본인의 잔고를 모르거나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필수 아이템을 구매했다고 가정해 보자.
은행은 초과 인출의 한계 건수를 보통 하루 4~6건, 많게는 12건으로 산정하고 있다. 만일 수차례 초과 인출 수수료가 부과되면 단 하루 만에 100달러에서 400달러의 수수료를 물게 된다. 은행은 고객들에게 초과 인출 수수료에 대해 미리 공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직접 통보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안에 트릭이 있다.
은행은 초과 인출 수수료를 아예 물지 않도록 거래를 막기 보다는 초과 인출 수수료가 발생한 다음날 이를 통보한다. 혹은 이를 통보하지 않고 사용하도록 한 다음 해당 비용을 업체에게 늦게 지불하기도 한다. 이 경우 일단 거래가 진행돼 소비자가 해당 물품을 가져갔기 때문에 업체 역시 이 비용을 회수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실제 소비자 지원 기관인 ‘Center for Responsible Lending’이 자산 10억달러 이상의 미국 은행들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 결과 지난 한해 이들 은행이 소비자에게 부과한 초과 인출 수수료는 무려 116억 8000만달러에 달했다. 코로나 19로 인한 실직과 소득감소가 증가한 올해는 이 수수료가 최소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2018년에 미국 은행이 소비자에게 부과한 초과 인출료 비용은 무료 345억달러에 달하며 초과 인출료를 물게 된 소비자의 41%는 100달러 이상을, 15%는 200달러 이상을 수수료로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는 초과 인출료 외에도 본인의 어카운트가 없는 타 은행의 현금자동지급기(ATM) 사용시 지불하는 수수료(건당 약 1.50~4달러) 등 다양한 수수료 복병에 시달리고 있다.
한인은행 고객의 상당수가 ‘타 은행 ATM 관련 수수료 면제와 상대적으로 낮은 초과 인출료’를 한인은행 사용의 주요 이유로 꼽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시티 그리고JP 모건 체이스 등 미 대형은행들은 코로나 19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초과 인출 수수료 일부 면제(5~10달러)나 초과 비용 추후 납부 등 각종 지원책을 발표했고 한인은행들 역시 유사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수수료 문제의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
실직 및 수익 감소로 어쩔 수 없이 초과 인출을 택한 고객들의 경우 일부 면제를 받더라도 여전히 지불할 비용이 많다.
지불 면제 역시 은행과 직접 연락한 고객에게 제공되는데 은행과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전화와 직접 대면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실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직장에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서 하루 종일 전화기를 잡고 있거나 은행을 방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크레딧기관 트랜스 유니언의 조사 결과 설문에 응한 소비자의 약 45%만이 은행 및 기타 금융 기관과 대화를 통해 수수료 문제를 해결했다고 답했다. 이는 곧 나머지 소비자들은 직접 대화에 실패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인 중 약 66%가 코로나 19에 따른 실직 및 감봉 등 소득 감소에 시달리고 있음을 고려하면 은행이 보다 폭넓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초과 수수료와 관련한 은행의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여러 가지 대안이 있다. 앨라이, 디스커버, 그리고 키 뱅크 등 코로나 19 종식 때까지 일체의 초과 수수료를 받지 않는 은행과 거래하거나 매월 1000달러 이상을 입금하고 최소 5번 이상의 결제를 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50달러까지의 초과 인출료를 면제하는 ‘바로 앱’ 등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은행측에 잔고가 부족하거나 오토 페이가 예정된 금액을 넘길 것으로 계산되면 거래가 되지 않는 프로그램을 신청하거나 은행 잔고를 문자로 통보 받는 것도 벌금을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