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됐더라면…뱅크오브호프-유니, 한미-SWNB 사례 성공가설

한국 인터넷에서 흔히 쓰이는 ‘역만없’이란 말이 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의 줄임 말이다. 앞으로만 향해가는 시간이다 보니 한 번 일어난일을 되돌릴 방법이란 없다. 사실이 그렇다보니 ‘만약 이런 사건이 실제 일어났다면’이라는 가정으로 상상을 해보는 것 만큼 흥미로운 일도 없다.필립 K 딕의 ‘높은 성의 사나이’와 같은 대체 역사 소설의 인기가 높은 것도 다 이런 이유다.

한인은행들은 지난해부터이어온 부진에 코로나 19라는 악재가 겹치며 매 분기 순익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시점에서 ‘역만없’이 아닌 ‘만약에 그 사건이 일어났다면’을 전제로 가정 2가지를 해보자.

◇뱅크오브호프 유니와 합병 성공

뱅크오브호프 1

지난 2017년 1월 뱅크오브호프는 LA 한인타운 소재 헤드쿼터에서기자회견을 열고 “워싱턴주 시애틀에 본사를 둔 자산규모(합병발표 시점 기준) 2억5000만달러의 유니뱅크(행장 이창열)를 인수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합병을 위한 인수가격은 총 4880만달러. 유니뱅크 주식 1주당 9달러 50센트가 책정된 것이었다. 합병 완료 예상 시점은 2017년 3분기로 예상됐다.하지만 두은행의 핑크빛 무드는 1분기가 마감될 시점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뱅크오브호프의연례실적보고서(10-K)제출이 늦어지면서 합병 신청서 제출 시점이 미뤄졌고 이내 합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합병 무산의 직접 원인이 된 ‘내부통제결함(internal control deficiencies)’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합병 발표 후 약 8개월이 지난 9월 14일경 유니뱅크 경영진이 내부직원들에게 합병 무산을 통보하며 백지화 됐다.

유니뱅크

만약 합병이무산된 현실과 달리 양 은행이 합치는데 성공했다면….

우선 당시 유니뱅크 주주의 입장에서 합병이 성공했다고 가정해 보자.유니뱅크가출범한 지난 2006년, 주주들은 10달러로 주식을 샀고 이후 2010년 액면분할로 주식수가 2배가 되며 액면가격 5달러가 됐다.합병 발표가 됐던 2017년 초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던 유니뱅크의 주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즉 합병이 됐다면 시장 평가치의 2배가 넘는 가격(9.50달러)에 주식을 정리해 상당한 자산 증식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것이다.

합병 발표 이후 유니뱅크의 일부 주주들이 “2006년 2020만달러의 자본금으로 출범, 10년여만에 2억 5000만달러의 자산규모로 성장했고 시장 평가치의 2배가 넘는 가격에 은행을 매각하니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출구(Exit)를 찾았다”라며 만족해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이 주주들이 주식을 매각하는 출구전략을 택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를 보유하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2020년 8월 10일 현재(오후 12시 기준), 뱅크오브호프의 주가는 8.98달러다.

당시 합병은 현금 지급이 아닌 주식교환거래형태로 진행됐다. 합병 발표 당시 21.45달러에 달하던 뱅크오브호프 주식은 합병 무산 발표 당시 15~16달러로 하락했고 3년이 지난 지금은 이 수준의 1/3 수준까지 폭락했다.

합병이 됐다고 가정하고 주식이 지금과 같다면 뱅크오브호프의 지출(지급 주식량)은 늘고 유니뱅크 주주들의 수익은 낮아져 둘 다 손해를 보는 ‘루즈-루즈’(윈-윈의 반대) 형태가됐을 것이다. 즉 뱅크오브호프 주식의 장기보유로 가닥을 잡은 주주가 있었다면 현 시점에서 합병에 따른 수익은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계산이다.

은행의 입장에서 합병이 성공했다고 가정해 보면 자산과 대출 그리고 실적 모두 크게 증가하는 외형적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분기 뱅크오브호프는 대출 128억7000만달러, 예금 141억2300만달러 그리고 총 자산은 171억 7000만달러가 됐고 유니뱅크는 자산 3억 8040만달러, 대출 2억 8150만 달러, 그리고 예금 3억 134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2개 은행의 현재 자산과 대출 그리고 예금을 합칠 경우 대출 131억 5150만달러, 예금 144억 3640만달러, 그리고 자산 175억5000만 달러가 된다.

합병 시점 이후 자산은 약 37억달러, 대출은 약 23억달러, 그리고 예금은 약 35억달러가 증가하는 셈이다.

뱅크오브호프의 입장에서는 유니뱅크와의 합병을 통해 자산과 대출 그리고 예금을 안정적으로 늘리는 것과 동시에 물론 북서부 영업망을 확장하는 한편 워싱턴주 지역의 지점 통폐합으로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을 것이다. 특히 뱅크오브호프의 실적이 부진한 동안 유니뱅크(지난 1년 기준)가 자산은 17%,대출과 예금은 각각 29%와 18%, 순익도 5.6% 늘리며 순항하는 것을 고려하면 합병 무산은 더욱 아쉽다.

물론 이런 계산은 2개 은행의 지난 2분기 주요 실적을 단순하게 합친 것을 바탕으로 한 가정일 뿐 합병 후 발생했을 실제 결과와는 크게 다를 수 있다.

◇한미, SWNB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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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가정은 한미은행과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내셔널뱅크(SWNB)와의 인수합병 (M&A)이다.

한미은행은 지난 2018년 5월 텍사스 주 휴스턴의 대만계 은행인 사우스웨스턴내셔널뱅크(이하 SWNB)를 인수합병(M&A)한다고 발표했다. SWNB는 자산 4억 달러 규모로 텍사스 지역에 6개의 지점망을 갖춘 중소형 은행이었다.

인수가격은 당시 장부가의 1.6배 수준인 7670만 달러로 인수 방식은 80%가 주식, 20% 현금으로 주식 교환은 SWNB 1주당 한미은행(5월 18일 기준 종가 28.65달러)의 0.1961주 또는 5.74달러의 현금이었다.

이 합병이 성공했다면 한미은행은 자산 규모는 57억 달러, 대출 46억 달러, 예금은 47억 달러가 되고 지점 수도 텍사스 주 15개를 포함해 총 46개로 늘릴 수 있었다. 특히 예금고 기준, 텍사스주 1위의 한인 은행이 되면서 중국계, 베트남 등 동남아계까지 고객층을 늘려 한인은행의 주요 숙제 중 하나인 고객 층 확대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 은행의 합병 계획은 발표 후 불과 수개월 만인 9월 파기되고 말았다. 한미은행 측은 인수 무산의 책임을 M&A 계약체결 후 분열된 SWNB 이사진에 돌렸다. 한미은행은 인수에 반발하는 SWNB의 일부 주주를 설득하기 위해 기존 합병안인 보통주 80%와 현금 20%를 보통주 70%와 현금 30%로 변경하기까지 했지만 SWNB의 이사회가 특별 주주총회를 통해 이를 부결시키며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만약 2개 은행이 순조롭게 합병하고 SWNB의 주주들이 매각 아닌 장기 보유를 택했다면 손실을 입게 된다.

한미의 현재 주가가 합병 발표 당시에 비해 크게 하락한 10.35달러에 불과,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미와 SWNB의 올해 2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합병 후 변화를 가늠해 보면 대출은 46억달러에서 52억 8500만달러, 예금은 47억달러에서 57억3000만달러, 자산은 57억달러에서 68억 2000만달러로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 단순한 가정일 뿐 합병 이후의 순익,순이자마진(NIM),자기자본수익률(ROA), 자산대비 수익률(ROE)그리고 효율성 변화 등을 예측할 수 없어 실제 이런 성장이 이뤄졌을 것이라고는 절대 단언할 수 없다.

한편 한때 붐을 이뤘던 한인은행들 간의 M&A는 뱅크오브호프와 한미의 연이은 인수합병 무산 이후 브레이크가 걸렸다. 물론 한인 은행 유니티 뱅크가 UBB와 합병된 사례(2019년)가 있지만 이는 한인은행이 UBB에 흡수된 것이어서 그 중심축이 다르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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