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 전격 사임…日 수출규제 정책 당분간 지속 전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연합]

[헤럴드경제 정순식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전격적으로 사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장기간의 경색 국면을 지나던 한일 관계에 일대 전기가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업계에선 반도체 소재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정책의 변화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양국의 경제인 교류가 회복될 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후임 아베 총리가 그간 이어오던 정책 기조를 일거에 변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당분간은 현재의 경색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의 경제 교류 역시 냉각기가 일정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1일 일본의 기습적인 수출 규제 단행 이후 1년 동안 반도체 소재의 공급망과 거래처 다변화 등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태다. 다만 여전히 첨단소재 영역에서 일본에 의존도가 높아 양국 간의 갈등 장기화에 따른 공급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안고 가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양국 간의 갈등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제소로까지 이어져 단기간에 해소되기 힘든 점 또한 기업들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역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지난해 7월 기습적으로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3가지 품목에 대해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꿨지만 공급 대란은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첨단 소재인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대일 수입 의존도가 90%가 넘는 상황이어서 당시 우리 경제의 중추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컸었다.

이 기간 소재의 국산화 작업도 성과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내 SK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불화수소(기체)에 대한 테스트를 마치고 공정에 투입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국산 액체 불화수소를 투입한 데 이어 상대적으로 기술 난도가 높은 기체 불화수소까지 국산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생산 차질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한·일 갈등이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베 총리의 사임으로 일본 내 지도부 공백 상황이 이어짐에 따라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절차 재개를 요청하면서 양국 간의 갈등 장기화가 기정사실화되자 기업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공급 차질이 벌어지지 않았을 뿐 1년째 이어지고 있는 3개 품목 수출 규제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게 아니라는 점을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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