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맞추방 ‘보복전’에 ‘제재’ 시사까지…더 틀어지는 서방 vs 러시아

독일 외교부가 8일(현지시간) 주 베를린 러시아 대사관 소속 직원 1명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러시아 대사관의 모습. [EPA]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투옥 문제를 두고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 간의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독일과 스웨덴, 폴란드가 자국 외교관에 대한 러시아의 추방 명령에 맞서 러시아 외교관에 대해 맞추방 명령을 내린데 이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수장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며 양측의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는 모양새다.

독일 외교부가 8일(현지시간) 주 베를린 러시아 대사관 소속 직원 1명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파견국은 외교적 기피 인물이라는 통고를 받으면 해당 외교관을 소환하거나 외교관직을 박탈하는 게 관례다.

같은 날 스웨덴과 폴란드 외교부도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외교관 추방 사실을 공개했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가 지난 5일 나발니 석방 촉구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3개국 외교관을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해 추방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한 보복 조치다.

이 같은 대응에 러시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자국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독일, 폴란드, 스웨덴의 오늘 결정은 근거 없고 비우호적인 것이며, 이는 우리가 내정 간섭으로 간주하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잇따른 행동의 연장”이라고 주장했다.

3개국 외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인 알바니아에서도 주 러시아 대사관 1등 서기관을 추방했고, 이에 러시아도 모스크바 주재 알바니아 대사관 1등 서기관을 외교적 기피 인물로 선언하는 맞대응을 펼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관계 개선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4~6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가 러시아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왼쪽)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한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뒤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TASS]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보렐 대표는 7일 브뤼셀로 돌아간 뒤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번 방러 결과는 러시아가 EU와의 관계 개선에 관심이 없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만남은 러시아가 민주적 가치를 실질적 위협으로 받아들이면서 점점 더 유럽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러시아의 인권 분야 의무는 러시아가 스스로 채택한 국제 의무(유럽인권조약)로부터 나오는 것이며 따라서 그런 의무는 내정간섭으로 치부될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이 문제를 (22일 예정된)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며 “항상 그렇듯 회원국들이 추가 행보에 대해 결정을 내릴 것이며 그것은(결정은) 제재를 포함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의 근거로 지난해 12월 EU가 인권 침해에 대해 개인 제재 체제를 승인했음을 상기시켰다.

러시아는 즉각 보렐 대표의 방러 평가를 비난하고 나섰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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