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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예금하셨죠? 이제부터 매년 이자를 내셔야겠는데요”
머지 않은 미래에 한인은행 예금 고객들이 받게 될 지도 모를 메시지다.
한인은행들은 지난해부터 2% 이상의 이자를 지급하던 고금리 상품 (6개월, 1년, 그리고 2년 단위 등)의 이자율을 대폭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대출이 급감하고 상환 유예와 낮은 금리 등이 겹쳐 순이자 마진(NIM· 대출 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수치)이 급감하면서 철저한 수익성 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실례로 뱅크오브호프는 지난해 3분기 현재 대다수의 CD상품 이자율을 기존 2%대에서 0.48%선으로 하향 조정했고 올해 3분기까지 약 44억달러에 달하는 CD 상품의 고이자 상품이 추가로 만기될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한해 미주에서 영업 중인 한인은행 9개의 이자수입은 12억달러 수준으로 전년 대비 11% 이상 감소했다. 반면 대출 이자 수익에서 이자 관련 지출을 제외한 순이자 수입은 단 0.1% 늘어나는 것에 그쳤다.이는 예대율이 증가했는데도 이자관련 지출을 크게 줄였음을 보여준다.
한인은행 관계자들은 “예금은 대출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많을 수록 좋은 것이 사실이지만 요즘과 같이 SBA(미 중소기업청), CRE(상업용 부동산)관련 수익과 수수료가 급감하고 비이자 수익 등도 함께 줄어드는 상황이라면 이자수입이 줄더라도 지출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라며 “장기적으로 수익 다변화를 꾀하는 가운데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유럽 등 일부 지역은 아예 예금주에게 이자를 물리는 방식을 도입했다.
독일 1~2위 은행인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의 경우 예금관련 보관료 부과를 통보했고 결국 상당수의 고객이 다른 금융기관을 찾아 이탈했다.
이같은 보관료는 유럽 중앙은행 (ECB)이 2019년 3분기부터 은행에 -0.5%의 예금 금리를 적용해 발생한 불가피한 결과였지만 미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된다면 은행들의 예금 이자 감소 정책은 더욱 강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에 따라 예금 이자 감소라는 틈새 시장을 노린 플랫폼이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독일에 본사를 둔 금융기관 레이즌 (Raisin)은 예금 이동 플랫폼을 제공, 고객이 전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고 예금 이동 규모도 50% 이상 증가했다. 아직까지 미주에서는 본격 영업에 나서고 있지 않지만 현재 사업 진출을 위한 사전 작업이 상당부분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은행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플랫폼은 한눈에 각 금융기관의 이자율을 비교할 수 있고 몇 번의 클릭만으로 이자율이 높은 기관으로 자금을 옮길 수 있다. 오픈뱅킹 공동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구좌에서 시스템에 속해 있는 다른 금융기관으로 자금을 이동할 수 있으며 사용 시간과 장소에 제약도 없다.
나스닥에 상장해 있는 한인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객에 따라 특히 대출이 함께 있는 경우 요청하면 이자율을 어느 정도 조정해 주고 있다”라며 “하지만 최근의 트렌드로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이자율을 지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 공격적인 이자율을 앞세우는 곳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 앞으로는 예금 고객을 장기간 잡아두는 것이 점점 힘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