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출신 박영범 차관도 ‘쪼개기’ 의혹 [신뢰위기 文 정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의심자들이 완화된 농지법을 악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정부가 농지 소유 관련 규정을 강화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농지 소유에 대한 예외조항을 없애거나 줄여서 투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농민단체 출신인 박영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의 부인이 신도시 인근 토지를 ‘쪼개기 투자’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행 농지법에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다. 원칙적으로 농업인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농지 소유 허용 범위가 꾸준히 확대돼 왔다. 1996년 1월 1일 시행된 농지법에서는 도시거주인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했고 2003년부터는 비농업인이 주말농장 등의 목적으로 1000㎡ 미만의 농지를 취득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현행 규정을 보면 ‘주말·체험영농을 하려는 사람은 총 1000㎡ 미만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이 경우 면적 계산은 그 세대원 전부가 소유하는 총면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토지를 취득할 때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때 1000㎡ 미만의 농지는 자격증명 발급에 필요한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LH 직원들의 신도시 주변의 농지를 다수 사들인 사실이 확인되면서 완화된 농지법이 땅투기를 위한 꼼수로 이용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농지법 악용 방지를 위해 지자체 농지위원회를 새로 구성키로 했다. 농지위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 설치돼 지자체 심사에 앞서 농지취득의 투기 여부를 집중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농업계와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LH 사태 이전부터 농지 취득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오랫동안 제기해 왔다. 농민단체 연대체인 ‘농민의길’은 “농지법은 영농계획서만 제출하면 누구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뒀다”면서 “헌법 정신에 부합하도록 농지법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관보 재산등록 신고 내역과 관련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박 차관의 배우자 A씨는 경기도 평택시 안중읍 현화리 일대 토지를 2016년 9월 사들였다. A씨 등 34명은 농업회사법인 명의로 2016~2017년에 걸쳐 2612㎡ 토지를 매입했다. A씨는 이 중 일부인 79㎡(24평) 상당 토지를 보유했다.

A씨가 보유했던 토지는 평택 서부지역 최대 도시개발구역으로 꼽히는 화양지구와 바로 인접해 있는 지역이다. 쪼개기 투자가 극성인 곳이다. A씨가 이 땅을 매각한 때는 박 차관이 농업 정책을 직접 관할하는 청와대 농해수비서관으로 임명되고 3개월이 지난 2019년 8월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16년 박 차관 부인이 명예퇴직을 하면서 주말농장에 관심을 갖게 됐고 고등학교 친구와 대화 중에 이 땅을 권유받았다”며 “당시 집이 수원이어서 평택으로 주말농장을 다니는 게 가능하다는 생각에 매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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